오피니언 사설

검은비가 인재형 환경재난이었다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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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달 중순 전남 여수 율촌면 일대에 내린 검은비가 인근 산업단지의 폐기물 매립 시설에서 나온 오염물질을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당국이 발표했다. 검은비의 시료를 분석한 결과 흑연·방해석·산화마그네슘 등이 포함돼 있었는데 비가 내린 지역에서 1.5㎞ 떨어진 이 매립지에서 수거한 시료에서도 똑같은 성분이 검출됐다는 것이다. 이번 검은비 소동은 폐기물 관리 소홀만으로도 환경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인재(人災)형 환경재난이었던 셈이다.

 최근 인재형 환경재난은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경북 구미에서 일어났던 불산 누출 사고로 5명이 사망하고 2000여 명이 병원치료를 받는 등 환경오염물질 관리 소홀로 인한 환경재난에 사회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에도 구미를 비롯해 경기도 화성, 충남 당진 등 여기저기서 다발적으로 유사한 오염물질 누출사고가 일어났다. 이들 사고를 통해 환경재난을 막거나 대비하는 우리나라의 매뉴얼이 얼마나 부실한지도 드러났다. 게다가 초고도 안전을 보장해야 할 원자력발전소가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부실한 부품을 사용함으로써 원전 발전까지 정지되는 등 환경재난에 대한 안전불감증이 심각한 상태라는 점에서도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여수의 검은비는 비가 내린 당시 차량과 주위 환경의 일부 오염을 제외하고는 다른 특이 환경 오염은 없다고 당국은 발표했다. 말 그대로라면 천만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 발표가 이번 사태로 인한 인재형 환경재난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까지 잠재우진 못했다. 이제라도 우리 사회에 산재한 각종 환경재난 가능성을 차단하고, 환경재난이 일어났을 때 대응할 수 있는 효과적인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 해당 분야 담당자들의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대책 마련에도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 장마철이다. 내일부터 다시 큰비가 온다는 예보다. 장마철 환경 오염 가능성을 예방하고, 안전에 이상이 없는지 점검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