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금'소설 『너를 봤어』 낸 『완득이』 작가 김려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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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청소년 소설 『완득이』의 작가 김려령(42·사진)이 성인 소설을 내놨다. 신작 장편 『너를 봤어』(창비). 성인 작가로의 변신이다. 사랑과 폭력이 뒤엉킨 내용 탓에 출판사에서는 ‘19금(禁) 소설’로 칭할 정도다. 2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젊은이의 풋풋한 사랑이 아니라 인생의 아픔을 아는 30~40대의 사랑이야기를 썼다는 점에서는 ‘19금 소설’이 맞다”며 웃었다.

 그의 이름은 청소년 소설과 동화 작가로 더 익숙하다. 2007년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로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같은 해 『완득이』로 제1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하며 청소년 소설의 붐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완득이』는 책만 70만 부가 팔리고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완득이’에는 500만 명의 관객이 들었다.

 하지만 일반 소설에 대한 목마름도 컸다고 한다. 신작은 소설이 쓰고 싶어 서른이 넘은 나이에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에 입학할 정도의 열정을 지녔던 그가 차곡차곡 써내려갔던 작품 중 하나다.

 “소설은 제에겐 밥과 같아요. 배고프면 밥먹듯 소설을 쓰죠. 공교롭게도 청소년 소설과 동화로 등단했지만 전부터 일반 소설을 꾸준히 썼고, 이제야 첫 작품을 내놓은 거죠.”

 이야기 속 주인공은 대중과 평단이 인정하는 소설가 정수현이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아내가 있고 겉으로는 귀하게 자란 도련님 같지만 그의 삶은 엉망진창이다. 아버지와 형의 폭력, 끊임없이 수현에게 돈을 뜯어내려는 어머니, 그의 사랑을 갈구하다 자살하고 마는 아내까지. 이들의 얽히고설킨 관계는 살인과 자살이라는 비극적 결말로 끝나고 만다.

 “참 예쁘게 잘살 수 있는 사람인데 이해할 수 없는 폭력으로 망가지는 사람들이 있어요. 소설 속 수현과 같은 사람들이죠. 특히 가족 사이의 폭력은 더 심한 상처로 남는 경우가 많죠.”

 이날 그는 소설 속 등장인물에 대한 에피소드를 털어놨다. 주인공 수현과 사랑에 빠지는 후배 소설가 서영재가 독자의 이름이라는 것. “어느 독자가 ‘서영재’라는 이름으로 소설 하나 써주면 소원이 없겠다고 했어요. 인물의 이미지에도 맞아서 썼는데…. 나름 독자 서비스에요. 근데 독자가 나이가 어린 듯해서 이번 책은 읽지 못할 것 같네요.(웃음)”

 그는 당분간 일반 소설에 주력하겠다고 했다. 청소년 소설과 동화를 쓰지 않겠다는 건 물론 아니다. “작품은 어느 순간 그냥 찾아오니까요. 어떤 장르든 제게 온 글을 최대한 성실하게 쓸 계획이에요.”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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