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출근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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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남한에서도 길기로 이름난 광장교는 오늘도 변두리의 박복한 직장인들이 조마조마하게 마음을 죄며 출근을 해야하는 유일한 도강로이다. 매년 장마철이 지나면, 부실한 이 다리는 군데군데 잇짬이 벌어져 그 사이로 시퍼런 강물이 내려다보이곤 했다. 몇 달전, 모일간 신문에 이 위험한 광장교에 대하여 보수를 요하는 기사가 큼직하게 났건만 높은 신분들의 눈에는 활자가 작아 보이질 않았던지 아직 아무런 대책이 없다.
○…뿐만 아니라 요즈음엔 다리 한가운데에 심한 경사까지 져서「버스」를 타고 지나노라면 한번씩 봉변을 당하기가 일쑤다.
잠시 차안에서 다정한 이야기에라도 정신을 쏟다가는 갑작스런「버스」의「공중뛰기」에 본의 아닌 괴성을 발하며 엉덩방아(?)를 찢게 되니 숙녀 체면은 말이 아니게된다.
○…차가 완전히 다리를 벗어나야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쉬곤 하는 우리는, 매달 꼬박꼬박 가난한 봉투에서 소득세를 납부하는 충실한 시민임을 자각은 하는데….
대 서울건설의 꿈이 한참 부푸는 이때 여기도 분명 서울특별시의 영역이건만 건설의 영광조차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니 어찌된 일일까? 그리고 전국에 얼마나 많은 「광장교」가 산재해 있는 것은 아닐까. <이선희·서울 천호동 구서국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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