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 배격한 화가의 신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내가 철저히 말살하려고 하는 것은 비구상미술 자체가 아니요, 비구상미술을 회화라고 생각하는 그 생각이다』-즉 비구상미술은 회화가 아니라고 선언하는 오지호 화백(64)의 지론이다.
한 미술가가 자기의 신념을 논리 정연하게 정리, 책으로 엮어낸 예는 우리나라에 일찌기 없다. 그것은 단적으로 한국화단의 이론과 사상의 빈곤 때문이다.
또 우리나라 미술가의 대부분은 글을 쓴다는데 대한 두려움을 앞세우고 혹은 자신이 없는게 상례이다.
그런 점에서 오 화백의 저서가 비록 비판의 여지가 많을지라도 스스로 긍지를 갖춘 신념과 논리는 미술계에 커다란 자극이 될 것이다.
그의 일관된 주장은『추상주의 회화는 장식도안의 일종』이라는 것.「구상회화선언」을 비롯하여「순수회화론」「현대회화의 근본문제」「데포르메론」등 15편에는 40여년간 변함 없는 그의 사상이 담겨있다.
책 말미의「한자폐지론 비판」은 그 성격상 전혀 이채로운 글. 즉 한자의 완전폐지란「전율할 사실」이라 전제한 그는 한자의 병용을 호소하면서 끝맺고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