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시험, 수능처럼 변해 고졸도 도전할 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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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업인력공단 일반 청년인턴의 첫 고졸 합격자인 박아람양이 5일 서울 공덕동 공단 사무실에서 사원증을 내보이고 있다. [사진 한국산업인력공단]

지난 2월 고교를 졸업한 박아람(19)양의 취업 스펙은 ‘낙제점’에 가깝다. 대학 진학을 하지 않았고 토익시험을 본 적도 없다. 하지만 대학생 언니·오빠 800여 명을 제치고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일반 청년인턴’ 전형에 합격했다.

 일반 전형에 고졸자가 합격한 건 공단이 청년인턴제를 시행한 2011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대부분의 공공기관은 정부의 권고에 따라 청년인턴의 20%를 고졸자로 뽑기 위해 별도의 전형을 진행한다. 이곳에서도 같은 시기 15명의 고졸 청년인턴을 선발했지만 박양은 대학생들을 포함한 일반 전형으로 응시해 합격했다. 경쟁률도 고졸 전형(4대1)보다 높은 15대1이었다. 박양은 “일반 전형에 서류 전형이라는 큰 장애물이 없어진 만큼 같은 조건에서 겨뤄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보통 일반이라고 하면 대학 졸업장은 기본인데 일반 청년인턴 응시자격엔 학력 제한이 없었어요.”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올해 공공기관 중 처음으로 신입사원 채용과정에서 토익 750점이라는 영어성적 제한을 없애고 서류전형 없이 지원자 전원이 직무능력평가를 볼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꿨다.

 박양은 지원만 하면 서류에서 거르지 않고 입사시험을 볼 수 있게 해준다니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법학·행정학 등 어려운 선택 과목이 빠진 것도 도움이 됐다. 한국사와 영어가 포함된 80문항의 필기시험(직무능력평가)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박양은 “요즘 입사시험이 수능시험처럼 변하고 있어 고졸자도 충분히 도전할 만하다”고 말했다.

 박양은 4개월 뒤에 있을 진짜 승부를 기다리고 있다. 논술·프레젠테이션·면접을 거쳐 이번에 합격한 일반 청년인턴 57명 중 10명 정도만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박양을 제외한 대부분은 수도권 유명 사립대 졸업생이다. 고졸이라는 스펙이 걸림돌이 되진 않을까. 하지만 박양은 자신감을 드러냈다. “오히려 가능성이 크다고 봐요. 비슷한 유형의 사람보다는 다른 배경, 새로운 생각을 하는 사람이 훨씬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을까요.”

김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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