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상한 발언…" 성 김 미대사, 아베 망언 직격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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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이어지고 있는 일본발 망언에 대해 성 김(53·사진) 주한 미국대사는 “괴상한(awkward) 발언에 격분한다(outrage)”이라며 “대단히 부끄러운(great shame)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20일 오전 서울 연세대에서 열린 제74차 리더십 특별강연 연사로 나선 성 김 대사는 강한 어조로 일본을 비판했다.

 워싱턴 DC에서 온 한 교환학생이 “최근 한·일 관계가 (일본의 극우 정치인들의 잇따른 발언으로) 경색되고 있다. 양국 모두 미국의 주요 파트너인데 협력 강화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느냐”고 묻자 이같이 답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한 “미국의 알링턴 국립묘지와 야스쿠니 신사는 다를 바 없다”는 망언,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 시장이 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위안부가 필요했다”는 망언 등에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하지만 성 김 대사는 “양국이 다시 굳건한 협력관계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날 ‘60년 번영의 동반자’라는 강연 주제답게 군사·교육·국제 협력 강화를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성과로 꼽았다. 박 대통령의 ‘신뢰 외교’에 대해서도 “현명하고 원칙적인 접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은 북한 문제에 있어 한국을 강하게 지지할 뿐만 아니라 양국은 매우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절대 북한의 잘못된 행동들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북핵 문제에 대해 양보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중국의 부상에 대해서는 “경쟁자가 있다는 건 미국에도 좋은 일”이라고 언급했다. 성 김 대사는 “어떤 이들은 미국이 중국을 통제하길 원하고 한·중 관계가 발전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하는데 그건 절대 사실이 아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또 “우리는 한국이 중국과 더 강력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미국을 앞지를 것이라는 분석에 대해서는 “GDP 등 수치상으로 그럴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지금의 미국을 만든 건 민주주의·시장경제·인권 등의 핵심 가치다. 이런 가치들이 없다면 책임있는 국제 리더로 성장하지 못할 것”이라고 우회했다.

 그는 “강력한 동반자인 한·미 양국이 모든 분야에서 의견 일치를 본다고 말할 순 없지만 99% 수준의 합의를 도출하고 있다”며 “스포츠·전시회·박물관 등 문화 교류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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