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작투자 규제 풀린 정유업계 반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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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시한부로 사업을 진행하지 않을 수 있게 돼 정말 다행입니다.”

 1일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SK그룹 관계자의 목소리는 밝았다. 이번 정부 대책을 가장 환영한 곳은 역시 각종 선물 보따리를 받아 든 정유업계다. SK는 지금까지 SK종합화학과 일본 JX에너지 간의 파라자일렌(PX) 합작공장 건설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SK㈜의 손자회사인 SK종합화학은 2년 전 JX에너지와 울산에 연산 100만t 규모의 PX생산공장을 건설하기로 합의하고 지난해 11월부터 공사를 시작했다. 문제는 두 업체가 SK㈜의 또 다른 손자회사 울산아로마틱스 지분을 각각 50%씩 매입하는 형식으로 합작을 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울산아로마틱스는 SK종합화학의 자회사, 즉 SK㈜의 증손회사가 됐다. 이 때문에 대기업 손자회사는 증손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하도록 한 공정거래법 조항이 변수로 등장했다. 이 조항대로라면 합작은 무산된다.

SK종합화학은 ‘손자회사가 될 당시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증손회사의 경우 100% 룰 적용을 2년 동안 유예한다’는 조항을 들어 2년간 시행 유예 처분을 받았고, 올 1월 기간이 만료되자 공정위에 호소해 재차 2년간 추가 유예 조치를 받아냈다. 이번 법 개정이 없었다면 2년 뒤에 또 다른 조치를 강구해야 할 상황이었다.

  GS칼텍스도 같은 조항 때문에 일본 에너지 기업인 쇼와셀과의 합작 PX공장 신설이 무산된 바 있다. SK 관계자는 “이번 법 개정 덕택에 합법적이고 당당하게 합작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돼 굉장히 반갑다”고 말했다. 산업단지 내 180만㎡ 여유 부지 제공 정책으로 수십억 달러 규모의 공장 신설 부지 확보가 가능해진 S-OIL 관계자도 “나세르 알 마하셔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에게 건의한 부지 지원 요청이 받아들여져 기쁘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이 밖에도 육상풍력단지 지원책과 관련해서 발전업계와 조선·중공업 업계가 환영의 뜻을 내비치는 등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숙원사업인 수도권 입지 규제 완화 정책이 이번에도 포함되지 않은 데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기업 현장에서 나온 목소리를 담았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며 곧바로 투자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대책 발표가 ‘완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법제화 과정에서의 각종 문제점도 슬기롭게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진석·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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