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총리실 인근서 총격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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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28일 이탈리아 총리 집무실 밖에서 총상을 입은 경찰관이 응급조치를 받고 있다. [로마 로이터=뉴시스]

이탈리아 대연정 내각이 출범한 날 총리 집무실 바깥에서 총격전이 벌어져 경찰관 등 3명이 다쳤다. 새 정부 출범을 축하하던 인파는 충격에 빠졌고 치안 부재 우려도 깊어졌다.

 28일 엔리코 레타(46) 총리가 지명한 새 정부 각료진이 대통령궁에서 취임 선서를 하는 동안 1㎞ 떨어진 총리 집무실 밖에서 검은 양복 차림의 49세 남성이 권총을 난사해 경찰관 2명과 행인 1명이 부상당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 남성은 총리를 기다리는 인파 틈에 있다가 범행을 저질렀고 현장에서 체포됐다. 그는 서남부 칼라브리아 출신 무직자로 정신 장애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젤리노 알파노 신임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레타 총리에게 사건을 보고한 뒤 이번 사건이 “실업자에 의한 비극”이라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지아니 알레마노 로마 시장도 “지난 몇 개월의 우리 사회와 무관치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는 지난 2월 총선 이후 2개월여간 ‘식물 정부’ 상태로 굴러오다 이날 비로소 새 연정 각료를 임명했다. 레타 총리는 지명 사흘 만인 27일 각 정당 간의 이해관계를 절충한 연정 구성에 성공했다. 특히 알파노 부총리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자유국민당 사무총장이자 그의 오른팔 격이다. 자유국민당은 내각 21자리 중 5자리를 차지해 레타 총리가 속한 중도좌파 민주당(9자리)에 이어 가장 많은 장관을 냈다. AP통신은 “2011년 총리를 사임한 베를루스코니가 (막후 실력자로) 컴백했다”고 논평했다.

  재정경제장관에는 파브리지오 사코마니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가 낙점됐다. 엠마 보니노 유럽집행위원이 여성으로서 이탈리아 첫 외교장관에 지명되는 등 역대 최다인 7명의 여성 장관이 나왔다. 지난 24일 레타 총리를 깜짝 지명했던 조르조 나폴리타노(88) 대통령은 “초당 협력의 정신으로 임하길 기대한다”고 힘을 실었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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