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설맞이 풍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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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이 다가오고 있다. 예로부터 설은 우리민족에게 있어서 한해의 첫날이며 첫 명절로써 명절 중에서 제일 큰 명절로 즐겁게 보내왔다. 뜻깊은 한해를 보내고 큰 포부와 행복을 약속하는 새해의 첫 날인 동시에 민족적 정서를 안겨주는 설날을 그려보며 우리 선조들은 새해가 가까워 오면 설맞이준비를 하였다.

그렇지만 북한과 남한의 설 풍경은 사뭇 달랐다. 그러나 북한에도 최근 들어 설날이 민족명절로서의 의미로 그 분위기가 되살아난다고 한다. 북한에서는 양력 1월 1일에 '설'을 쇠기 때문에 남한의 설날인 음력 1월 1일(북한에서는 음력설이라고 부름)은 그저 평범한 휴일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양력설 보다 음력설을 더 크게 쇤다고" 평양시민들의 목소리를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인터넷 조선신보가 28일 전했다. 북한은 요즘 민속행사와 공연 등 다채로운 문화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통일 신보에서는 북한의 설맞이 풍경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옛날에 설날을 <세수>, <연수>, <원일>등으로 불렀는데 이것은 모두 한해의 첫날이라는 한자식 표기이다. 하지만 <설>이라는 표현은 고유한 우리식 표현이다. 북한주민들도 남한과 같이 설이 가까워 오면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한다는 의미에서 집 안팎을 깨끗이 단장하고 설에 입을 새 옷도 준비하고 살림도구들도 마련하고 설음식도 준비한다. 또한 설을 맞이하여 집 마당과 마을길들을 장식하기 위한 여러가지 축등(사방등, 육각등, 호로등, 수박등, 연꽃등)을 만들어 명절분위기를 한층 돋운다고 한다.


찰떡, 녹두지짐, 만두국, 떡국(음식명은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밖에 설맞이준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설음식준비다. 설음식 중 제일로 손꼽히는 음식으로 떡국을 들 수가 있는데 설에 만들어 먹는 떡으로는 쌀을 쪄서 떡메로 쳐만드는<친떡(찰떡)>도 있고 가루를 내어 쪄서 만드는 흰떡도 있다. 그리고 지짐과 만두국도 있다. 다른 음식들도 있지만 새해 설음식으로는 떡이 기본이고 그 준비를 위해 분주하지만 즐거운 모습은 고유한 설 풍경의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예로부터 <동방예의지국>이라 불리워 온 우리나라에서는 설날아침 어른들에게 인사하는 것을 하나의 예식처럼 행해왔다. 집안의 번영과 자손의 흥함을 기리는 의미에서 북한에서도 설날 새벽에 먼저 돌아가신 조상들께 설 인사를 하는데, 이때 음식상을 차려놓고 차례를 지낸다. 차례상에는 몇 가지 음식과 함께 반드시 떡국을 올린다. 이런 연유로 북한에서는 설날 차례를 <떡국차례>라고도 한다.


다음에는 설날 이른 아침에 웃어른들에게 인사를 하는데 이것이 바로 세배이다. 세배풍습은 우리 민족이 윗사람을 존경하고 예의를 중히 여겨 온데서 생겨난 고유한 풍습이다. 북한에서도 설날이 되면 우선 집안의 어른께 순서대로 큰절로 세배를 드리고, 다음에는 마을의 웃어른들, 선생님을 찾아 세배를 드린다. 이처럼 세배는 예의도덕이 바른 우리 민족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설 풍습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설인사가 끝나면 가족, 친지들이 한데 모여 정성껏 준비한 설음식들을 풍성히 차려 놓고 새해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며 즐겁게 식사를 한다.

이렇게 설날 아침 세배를 하고 설음식을 먹은 다음에는 민속놀이를 한다. 설을 특별히 장식하고 다채롭게하는 것은 설 민속놀이다. 북한의 설 놀이로는 남한과 마찬가지로 대중적인 놀이인 윷놀이와 부녀자들이 즐기는 널뛰기, 어린이들의 연띄우기, 썰매타기, 바람개비놀이 등이 있다. 이러한 놀이들은 우리 민족이 옛적부터 즐겨행한 것들로서 정서적이면서도 체력단련에 유익한 것들이다.

이렇게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는 우리 민족의 설 풍경은 남과 북이 사뭇 다르게 보이기도 하지만 민족명절로서의 오랜 전통은 오늘날에도 면면히 이어져오고 있다.
김 걸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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