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체세포 복제소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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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체세포 복제를 통해 생산된 것으로 알려진 송아지 대부분이 가짜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농림부가 축산물 품질향상의 기치를 내걸고 체세포 복제소 사업을 시작한 것은지난 2000년 6월부터다.

축산연구소와 서울대 연구팀이 우량 소에서 추출해 만든 체세포 복제 수정란을일반 농가들에 대량 보급하기 시작했고, 그후 체세포 복제 송아지가 태어났다는 소식이 전국 곳곳에서 꼬리를 물었다.

축산연은 지난해 9월 국정감사를 통해 당시까지 체세포 복제 수정란 이식이 시도된 대리모 암소가 모두 838마리이고, 이중 77마리가 새끼를 가져 39마리(23마리사산)의 `복제 송아지'를 낳았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축산연은 무슨 연유에서인지 한달 뒤인 지난해 10월 복제 송아지들에 대한 유전자검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10마리 중 9마리가 `가짜 복제소'로 밝혀진 것이다.

축산연은 일단 `가짜 복제 송아지' 양산의 책임을 인공수정사나 수의자들에게 돌리고 있다.

체세포 복제 수정란의 최종 이식작업을 맡은 인공수정사나 수의사들이 착상 성공률을 높일 목적으로 복제 수정란 이식과 동시에 인공수정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축산농가와의 거래를 계속하며 수입을 올리려는 인공수정사나 수의사들의 상혼이 작용했음은 물론이다.

어쨌든 그런 연유로 흔한 인공수정을 통해 새끼를 밴 암소도 체세포 수정에 성공했다는 식으로 허위 보고돼왔다는 것이 축산연의 설명이다.

단순히 보면 이번 `가짜 복제소' 사건은 인공수정사나 수의사들의 무책임한 상혼과 축산연 등 관계당국의 주먹구구식 관리행정이 빚어낸 일과성 해프닝에 가깝다.

그러나 이 사건이 국내 동물복제 관련 연구분야에 미칠 파장은 심각할 것으로우려된다.

지금까지 발표된 체세포 복제소 관련 연구성과가 완전히 엉터리인 것으로 드러남으로써 국내 동물복제 연구 전반에 대한 국제적 신뢰도가 실추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분야 관계자는 "국내 동물복제 기술은 세계적으로도 상당히 인정받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국제적 위신과 신뢰도가 크게 손상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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