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경제 선생님] 명절때 생긴 목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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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방학은 자녀들이 학교공부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는 기간입니다. 자유 시간도 많아지고, 그만큼 돈을 쓸 기회도 많습니다.

방학은 자녀들에게 뜻밖의 목돈이 생기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명절이다 생일이다 해서 친척 어른들을 만나뵙는 일이 많고, 이때 친척 어른들로부터 용돈을 받곤 하니까요.

자녀들 중엔 그 돈을 부모님께 맡기는 경우도 있고, 자신의 용돈으로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만일 자녀가 "어제 큰아버지께서 주신 돈으로 친구들과 놀이공원에 갈래요"하면 부모님들은 어떻게 하시나요? "그래, 알아서 쓰렴"하고 그냥 허락하시는 편입니까, 아니면 "안돼. 그 돈은 아껴서 나중에 써라"며 금지하시나요? 그런 기회를 자녀들이 저축의 중요성을 배우고 익히는 계기로 삼으시길 권합니다.

우선 아이들에게 저축의 진정한 의미부터 가르쳐주세요. 저축이란 '미래의 더 나은 소비를 위해서 현재의 소비를 연기하는 것'입니다.

저축은 무조건 아끼거나 구두쇠가 되라는 뜻이 아니라, 정말로 원하는 것을 사기 위해서 현재의 소비욕구를 참고 돈을 모으는 것임을 인식시켜 주세요. 이렇게 저축을 통해 기다렸다가 얻는 것에는 특별한 기쁨이 있다는 사실도 함께 알려 주세요.

다음엔 자녀가 구체적인 저축 목적을 세우도록 유도하세요. 신형 게임기처럼 자녀가 직접 필요로 하는 것을 구입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고, 할머니 생신선물을 마련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저축 목적은 구체적일수록 좋습니다. 어른들도 그렇지만, 아이들일수록 저축의 목적이 분명해야 꾸준히 저축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인 저축 계획을 세우는 일도 중요합니다. 일종의 실행계획입니다. 만일 자녀가 할머니 생일 선물을 사기 위해서 저축을 하려 한다면 선물은 무엇으로 할지, 얼마가 필요한지, 매달 얼마씩 저축해야 하는지, 용돈을 아끼는 것 외에 돈을 모을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등을 생각하고 나름대로 계획을 세우도록 이끌어주세요.

저축을 위해선 저금통이 필요합니다. 저축이 늘어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투명하고 필요할 때 꺼낼 수 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금통엔 저축목적과 목표금액, 저축 시한 등을 적어 붙이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그리고 매달 한번 정도는 저금통에서 돈을 꺼내 은행에 가도록 만들어주세요. 자녀와 함께 은행에 가서 적절한 계좌를 개설하고, 은행을 마치 이웃집처럼 자주 드나들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주세요.

무엇보다 부모님도 자녀와 함께 저축하시길 권합니다. 저축하는 부모의 모습 자체가 자녀에겐 생생한 공부가 되기 때문입니다.

배순영 박사(소비자보호원 정책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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