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축구] 伊 축구의 '로미오와 줄리엣'

중앙일보

입력

셰익스피어의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의 무대인 이탈리아 북부의 작은 도시 베로나가 연인의 사랑을 가로막았던 캐퓰릿 가문과 몬테규 가문의 다툼 때문이 아니라 이번엔 축구로 인해 시끄럽다.

헬라스 베로나가 연고지로 삼고 있던 베로나의 평화는 무명팀 키에보 베로나가 올 시즌 처음으로 세리에A에 진출하면서 깨졌다.

초반 아홉경기에서 6승2무1패(승점 20)의 성적을 거둬 유벤투스.인터 밀란.AS 로마 등 쟁쟁한 팀들을 제치고 당당히 1위를 달리던 키에보는 지난 19일(한국시간) 헬라스와의 더비 경기(같은 도시를 연고로 하는 두 팀간의 대결)를 벌였다.

'로미오와 줄리엣 더비'라고 이름붙여진 경기의 승자는 헬라스였다.

경기 초반 2-0으로 앞서나가던 키에보는 자책골을 넣는 등 세골을 연속 허용, 2-3으로 역전패하며 2위 인터 밀란(승점 19점)에 승점 1차로 쫓기게 됐다.

제빵 회사를 운영하는 키에보의 구단주 캄페델리는 패배의 쓰라림보다 과거 키에보의 감독이었던 헬라스의 말레사니 감독의 배은망덕 때문에 더 화가 났다.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자 말레사니는 조끼까지 벗어던지며 '과도하게' 기뻐했다. 전례없는 기쁨의 표시는 캄페델리를 확실하게 불편하게 했다.

캄페델리는 눈물을 흘리며 "말레사니의 경기 전·후 행동이 두 팀 사이를 악화시켰다"며 "두 팀의 관계는 무너져버렸다"고 격분했다.

말레사니가 식사 초청을 하자 캄페델리는 "그와 같이 밥을 먹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일축,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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