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 미제라블 원작 읽으면 영화 이해 쉽듯, 신문 읽으면 세상 보이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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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시간) 열린 제70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3관왕을 차지한 뮤지컬 영화 ‘레 미제라블’의 주역들. 왼쪽부터 톰 후퍼 감독, 앤 해서웨이(판틴 역), 휴 잭맨(장발장 역). [로스앤젤레스 AP=연합뉴스]

[신문 속 인물과 사건]

레 미제라블, 할리우드서 승리의 노래
(2013년 1월 15일자 중앙일보 2면)

영화 ‘레 미제라블’이 극장가에서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대사를 노래로 전달하는 뮤지컬 형식의 영화라 관객들에게 어색할 법도 한데, 배우들의 호연에 힘입어 관객몰이를 계속하고 있네요. 상복도 터졌습니다. 기사로 확인해 보니 골든글로브에서 뮤지컬작품상·남우주연상·여우조연상까지 휩쓸었다고 합니다.

 선생님은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책부터 제대로 읽자”는 마음을 먹고 5권짜리 완역본을 구매해 끙끙거리며 읽었답니다. 책을 다 읽고 영화를 봤더니 내용을 이해하기 한층 쉽더군요.

 사실 이 책은 어린 시절 『장발장』이라는 제목의 문고판 동화로 이미 읽은 적이 있어요. 그 당시에는 책의 내용에서 이해가 안 됐던 부분이 많았죠. ‘자베르 경감은 왜 그렇게 장발장을 집요하게 쫓아다닐까’ 같은 의문들이었어요. 장발장이 조카를 위해 빵 한 덩어리를 훔친 죄를 지었지만 19년 동안 감옥살이를 하고 풀려난 인물이니, 더 이상 쫓아다닐 이유가 없어 보였거든요. 미리엘 주교의 은촛대를 훔쳐 달아났지만 주교가 “은촛대는 왜 안 챙겨 갔느냐?”며 장발장을 덮어줬기 때문에 이것으로도 장발장이 벌받을 이유는 없어 보였죠.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장발장의 죄목은 ‘굴뚝 청소부 소년의 은화를 훔친 죄’더군요. 장발장의 입장에서는 무의식중에 저지른 실수였지만, 법질서의 화신 같은 자베르 경감의 눈에는 “더 악랄한 범죄를 저지를 소지가 보이는 더러운 전과자를 철창에 가둬야 한다”는 결단을 품게 했던 거죠.

 완역본을 읽어서가 아니라 ‘나이가 들었기 때문’에 새롭게 눈에 보이는 것들도 있더군요. 장발장이 마들렌 시장이던 시절, 마차 밑에 깔린 포슐르방 영감을 구해주죠. 그리고 자베르 경감에게 잡힐 수밖에 없는 절체절명의 순간, 포슐르방 영감을 만나 도움을 얻게 됩니다. 장발장은 포슐르방 영감의 얼굴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포슐르방은 장발장을 은인이라 여기며 무조건 그를 돕습니다. 살다 보면 실제로 이런 경험을 하게 될 때가 있거든요. 예고 없이 위기가 닥쳐오고, 그 순간 의외의 인물에게 도움을 받게 되는 일들 말이죠. 내가 힘이 있을 때, 누군가를 돕는 일을 멈추지 않아야 하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좋은 영화 한 편을 제대로 이해하려 해도 책을 읽고, 우리의 삶에 적용해 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세상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고 있는 신문을 열심히 읽어야 할 것 같네요. TV나 인터넷에 비치는 단편적인 모습이 아니라 신문기사에 담긴 종합적인 이야기를 읽다 보면 지금보다 좀 더 풍성하고 통찰력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겁니다.

  이민아 중앙일보 NIE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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