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성마비 아이가 벌떡…韓의료진 첫 '기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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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성마비를 갖고 태어난 예원이가 16일 분당차병원에서 물리치료사의 도움을 받으며 재활치료를 하고 있다. 잡고 서기도 제대로 못하다가 제대혈 줄기세포 시술을 한 뒤 지금은 부축을 받고 걸을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사진 분당차병원]

“엎드려 기지도 못하던 아이였어요. 그런 애가 엄마 손 잡고 걷다니 ‘기적’ 아닌가요.”

 뇌성마비를 갖고 태어난 아이, 생후 29개월 정예원양의 엄마 손금옥(38·경기도 수원시)씨는 밝은 목소리로 반문했다. 16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차병원에서 딸아이 재활치료를 하던 중 기자의 전화를 받고서다.

 예원이는 잡고 서는 건 30초가량이 고작이었고 엎드려 기지도 못했다. 예원이에게 기적이 일어난 건 지난해 2월 다른 사람의 제대혈 줄기세포 주사를 맞고서다. 시술 1개월 뒤 오른손을 자주 사용하면서 엄지·검지를 마음대로 움직였다. 잡고 서기 시간은 10분으로 늘었다. 손씨는 “손이 오그라들어 펴지 못했던 아이가 지금은 손으로 과자를 집어 먹는다”고 말했다.

 국내 연구진이 다른 사람의 제대혈 줄기세포를 이용해 뇌성마비 치료 효과를 얻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차의과대학 분당차병원 김민영 교수팀은 2010년 5월부터 뇌성마비 환자 31명을 대상으로 임상연구용 허가를 받은 제대혈 줄기세포 시술을 진행한 결과, 6개월 후부터 몸 자세·운동능력·인지능력 등이 향상됐다고 16일 밝혔다. 이 결과는 권위 있는 생명과학지 중 하나인 『스템셀(Stem Cells)』 온라인판(지난해 12월 24일자)에 발표됐다.

 제대혈 줄기세포 시술 환자들은 MRI(자기공명영상촬영) 결과 운동신경과 감각신경을 담당하는 뇌 부위의 세포 밀도가 높아졌다.

 김 교수는 “자신의 제대혈이 없는 뇌성마비 환자라 해도 자신과 면역적합성이 맞는 제대혈을 찾으면 치료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라고 말했다.

◆제대혈=출산 때 탯줄에서 나오는 탯줄혈액을 말한다. 연골·뼈·근육·신경 등을 만드는 다양한 종류의 줄기세포를 가지고 있다. 보관해 둔 제대혈 줄기세포는 자신이나 가족의 백혈병·암·혈액질환 등의 질병을 치료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줄기세포(stem cell)는 ‘분화되지 않은 세포’로 배아줄기세포와 성체줄기세포로 나뉜다. ‘만능줄기세포’로 통하는 배아줄기세포는 배아를 이용하기 때문에 윤리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요즘 환자 치료에 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은 성체줄기세포인데 제대혈·골수·지방세포 등에서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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