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펀드 ‘U’의 눈물 … 수익률 반년 새 8%P 까먹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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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환율이 급변하면서 해외 ETF(상장지수펀드)나 해외 펀드 투자자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증시에 상장된 해외 펀드를 주식처럼 거래하는 해외 ETF는 해당 국가 화폐가치에 직접 영향을 받는다. 환율 변화가 환차손으로 직결되는 것이다. 환헤지를 하지 않은 해외 펀드도 마찬가지다. 달러화를 기준으로 투자되는 동남아시아나 중국 펀드도 최근 달러 약세로 적지 않은 환차손을 보고 있다.

 15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같은 해외 펀드라도 환헤지 여부에 따라 수익률이 급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6개월간 수익률을 보면 같은 펀드라도 환헤지를 했을 때는 평균 9.81% 수익을 올렸지만, 환헤지를 안 했다면 1.92%에 그쳤다. 한화동남아시아전환펀드의 경우 1년 전 환헤지를 하고 투자했다면 수익률이 16.61%에 달하지만 환헤지를 안 했다면 6.68%로 급락한다.

 환율 급변동은 특히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해외 ETF에 큰 영향을 준다. ETF는 펀드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수수료가 낮고 주식처럼 실시간 매매가 가능하다. 이런 장점이 부각되면서 최근엔 거액 자산가들 사이에선 미국 ETF이나 중국 ETF에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해외 ETF는 환헤지를 선택할 수 있는 해외 펀드와는 달리 성격상 환헤지가 불가능하다. 중국 ETF라면 국내 증시에 상장됐건 홍콩 증시에 상장됐건 모두 위안화 변동에 따라 영향을 받는 구조다. 김형도 한국투신운용 ETF팀장은 “중국본토펀드를 들면서 환헤지를 안 했다면 주로 달러화 변동 위험에 노출되지만 중국 ETF는 위안화 변동에 영향을 받는다”며 “중국 ETF는 위안화 가치에 따라 환차익을 볼 수도, 환차손을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국가 화폐 가치에 영향을 받는 해외 ETF와 달리 해외 펀드는 주로 달러화 변동에 노출된다. 중국의 본토펀드에 1년 전 환헤지를 하지 않고 투자했던 김기영(43)씨는 최근 은행 창구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그동안 속을 썩이던 중국펀드가 원금을 회복했다는 소식에 달려갔지만, 원화로 환산한 실제 수익률은 두 자릿수 손실을 보는 것으로 나왔다.

 해외 펀드 수익률을 갉아먹은 주범은 원화 강세다. 지난해 5월 달러당 1184원이던 원화 가치는 15일 1056원까지 올랐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원은 “동남아나 중국펀드에 투자한다 해도 일단 달러로 바뀐 뒤 해당 국가 화폐로 투자하기 때문에 달러 변동에 노출된다”며 “반면 환헤지를 하면 달러로 교환할 때 달러 선물을 매도하기 때문에 환율 변동에 대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몇 년간 고수익을 내며 인기를 끌었던 이머징마켓 채권도 위험을 피해 가지 못한다. 지난해 환헤지가 안 되는 브라질 국채를 샀던 투자자들은 원금을 까먹을 위기에 놓였다. 헤알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지난해 초 브라질 국채에 투자한 사람이 30%가량 평가손을 보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해외 펀드에 가입한다면 환헤지를 해야 할까. 당분간은 원화 강세가 예상되는 만큼 투자기간을 짧게 잡는다면 환헤지형이 유리할 것이라는 전문가 조언이 많다.

환헤지(forex hedge)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자산운용사들은 주로 은행과의 선물환 매도로 환헤지를 한다. 현재 환율은 달러당 1100원이지만 ‘1년 뒤 달러당 900원에 1억 달러’ 식으로 미래의 특정 시점을 정해 놓고 그때의 가격을 예상해 원화와 달러를 사고판다. 실제 대금 결제는 미래의 약속시점에 이뤄진다. 선물거래소에서 달러 선물을 매도하는 방법도 이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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