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법정관리, 협력사엔 사형선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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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요즘 하루 8~9개 전문건설업체가 문을 닫고 있습니다. 대형 건설사 한 곳이 어려우면 전문건설업체 수백 개가 곧바로 생존 위기에 빠지게 됩니다.”

 표재석(61·사진) 대한전문건설협회중앙회 회장은 “장기화된 건설경기 침체로 전문건설업체가 받고 있는 타격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11일 서울 동작구 보라매로 전문건설회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다. 전문건설업체는 주로 종합건설회사로부터 일을 받아 수행하는 협력업체로 실내건축·토공 등 25개 업종으로 구성돼 있다.

 그는 “대형 건설사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가 협력업체엔 사형선고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큰 건설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법원은 협력업체에 줘야 할 채무의 50%를 탕감하고, 나머지 50% 정도에 대해서만 10년간 분할해 납부하도록 하기 때문에 사실상 돈을 떼이게 된다는 주장이다. 2011~2012년 150대 종합건설업체 중 12개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바람에 전문건설업체 2000여 개사가 부도 위기에 몰린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

 표 회장은 또 대형 건설사가 겪는 어려움을 협력업체에 떠넘기면서 불법·불공정 하도급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표 회장은 중소업체의 터전을 지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얼마 전 박근혜 당선인을 면담했는데 건설현장 실태를 세밀하게 조사해 불법·불공정 행위를 엄격히 제재하는 ‘징벌적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하시더군요. 기대가 큽니다.”

 표 회장은 전문건설업체들의 일감 확대도 요구했다. 지방도로나 상·하수도, 중소하천 정비 등 전문건설업체가 대형 건설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수주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사회간접자본(SOC) 공사를 늘려달라는 것이다.

 “생활과 밀접한 공사는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전문건설업체들의 일거리도 크게 늘릴 수 있습니다. 전문건설업체 종사자만 150만 명에 달합니다. 복지와 일자리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셈이죠.”

 그는 “공공발주 때 실제 공사비에 못 미치는 금액으로 수주하도록 유도하는 ‘실적공사비 제도’를 폐지하는 등 공사대금 현실화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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