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베스 취임식 무기 연기 … 정국 혼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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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암 수술 후유증으로 우고 차베스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식이 무기 연기되면서 베네수엘라 정국이 혼돈으로 빠져들고 있다. 야권은 차베스의 대통령직 수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만큼 재선거를 치르자며 장외투쟁에 나설 태세다. 차베스 진영도 이에 맞서 취임식 예정일인 10일(현지시간) 대통령궁 앞에 총집결하자고 선동하고 나서 양측의 물리적 충돌도 우려되고 있다.

 야권은 대통령 당선자 유고 시 국회의장이 30일 동안 대통령 권한을 대행해 재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헌법 조항의 준수를 주장하고 있다. 10일 차베스가 의회에서 취임 선서를 하지 못하면 사실상 유고 사태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야당의 훌리오 보르헤스 의원은 “헌법에서 정한 날짜에 취임식이 열리지 않으면 여러 국제기구와 함께 소송을 낼 것”이라며 “헌법이 지켜지지 않으면 국민은 저항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그러나 여권은 의회에서 취임 선서를 하지 못해도 나중에 대법관들 앞에서 선서할 수 있도록 한 헌법 조항을 근거로 취임식 연기를 밀어붙이고 있다. 문제는 대법관 앞에서 취임 선서를 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 정확한 때와 장소를 규정하지 않아 여야가 제각기 유리하게 해석할 여지가 있다는 데 있다.

사태를 지켜보던 가톨릭계는 정부의 취임식 연기를 비판하며 야권 입장에 동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베네수엘라 가톨릭 주교회의는 7일 성명에서 “대통령의 계속된 병환은 국가의 정치·사회적 안정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며 차베스의 퇴진을 간접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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