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랑드 ‘75% 소득세법’ 프랑스 헌재서 위헌 판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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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내내 프랑스를 떠들썩하게 했던 ‘75% 소득세’ 법안에 제동이 걸렸다. 프랑스 헌법재판소는 29일 이 같은 부자 증세가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정했다. 프랑스 의회는 지난 20일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사회당 정부가 만든 연간 소득 100만 유로(약 14억원) 이상 고소득자에게 2년간 한시적으로 75%의 소득세를 매기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자 이에 반대해온 야당이 헌법재판소에 위헌 법률 심판을 요청했었다.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 등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새로운 방식의 소득세율 도입은 과세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위헌 결정 이유를 밝혔다. 가구당 소득을 과세 기준으로 삼는 기존의 소득세 부과 방식과 달리 75% 소득세는 개인의 소득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문제가 됐다. 예컨대 부부가 50만 유로씩 100만 유로를 버는 가정보다 부인은 전업주부고 남편만 100만 유로를 버는 가정이 훨씬 더 많은 세금을 내게 되는 것이다. 100만 유로 미만의 소득에 대한 최고 과세율은 45%가 적용된다. 프랑스에는 고가의 부동산 소유자에게 물리는 별도의 부유세가 있다.

 위헌 결정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정부는 부자에 대한 특별 과세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장마르크 애로 총리는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에 어긋나지 않는 방법으로 새로 법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가구별 소득 합계를 과세 기준으로 삼는 새로운 부자 증세 법안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75% 소득세는 지난 5월 대통령 선거에서 17년 만의 정권 교체에 성공한 올랑드 대통령의 핵심 선거 공약이었다. 그는 “부자들은 국가를 위해 더 큰 기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1%의 부자와 99%의 서민’이라는 구호와 맞물려 유권자들의 호응을 받았다.

 그러나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연간 100만 유로의 소득을 올리는 대상자가 1500명 정도밖에 되지 않아 세수에 큰 보탬이 되지 않는 데다가 부자들이 해외로 거주지를 옮기는 부작용이 생겼다. 영화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외는 벨기에로 국적을 변경하겠다고 선언했다. 최근 프랑스의 한 라디오 방송은 사회당 정권이 들어선 뒤 약 5000명의 부자가 외국으로 빠져나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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