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협회, "총은 총으로 막아야" 주장했다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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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미국 정치권으로 확산되던 총기규제 여론에 전미총기협회(NRA)가 정면 돌파로 맞섰다. 웨인 라피에르 NRA 부회장은 2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총을 가진 악당을 막는 유일한 방법은 총을 가진 좋은 사람”이라며 “모든 미국 학교에 무장경비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연방 의회가 관련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코네티컷주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 이후 엎드린 자세로 일관하던 NRA가 강경 역공으로 돌아선 것이다.

 NRA의 국면 돌파 전략은 두 가지. 먼저 책임 전가다. 라피에르 부회장은 폭력적인 비디오게임 등으로 인해 아이들이 폭력 문화에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이런 문화를 확산시키는 미디어가 문제라는 주장이다. 더불어 5년 전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사건 당시 자신들이 학교에 무장경비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사실을 상기시켰다. “그때는 이를 정신 나간 생각이라고 매도했지만 (코네티컷주 총격범) 애덤 랜자를 훈련된 무장경찰이 신속 제압했다면 큰 비극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기자회견 후 곳곳에서 비난이 빗발쳤다. 뉴욕타임스(NYT)는 22일 이런 NRA의 입장이 망상적이며 편집증에 빠진 것이라는 학교 당국과 사법부, 정치인들의 비판을 전했다. NRA로부터 막강한 정치자금을 받는 공화당 소속 정치인들도 이번 기자회견에 대해 침묵하며 거리를 유지했다. 오히려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공화)는 "학교에 무장 경비를 배치하는 것이 학교를 안전하게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코네티컷 참사 이후에도 미국 각지에선 총격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21일 펜실베이니아주 서부 프랭크스타운 타운십에서 총격 사건이 일어나 범인을 포함해 4명이 숨졌다. 이 과정에서 주 경찰관 3명도 부상을 입어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날 밤 앨라배마주 버밍엄 교외의 한 나이트클럽에서도 성인 2명이 총에 맞아 그 자리에서 숨졌다. 전날에는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연쇄 총격 사건이 발생,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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