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국경제의 충격파 줄이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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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충격이 강하고 빠르게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연쇄 테러로 인한 미국 경제의 혼돈이 우리의 위기 대응 능력을 시험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금융의 최대 축인 월스트리트의 파괴와 그 마비는 빛의 속도로 연결돼 있는 세계경제에 피할 수 없는 충격을 가하고 있다.

유럽.일본 할 것 없이 세계 각국에서 주가가 폭락하고 있고 달러화가 내려앉고 있다. 어제 우리 증권시장 또한 개장과 동시에 최대의 폭락장세로 나타났다. 국제원유가와 금 시세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우리 경제가 내부적으로 대형 부실 문제로 인한 외환.증권시장의 불안이 계속되는 마당에 미국발 충격마저 가해지면, 단기적으로나마 외국자본의 대량 유출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응책을 신속히 마련하되, 그 초점을 외환 및 금융시장에 대한 충격 최소화와 안정에 맞춰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불안심리를 제거할 만큼 충분한 유동성과 외환이 공급돼야 한다고 본다.

더 큰 우려는 미국 경제의 침체가 본격화할 가능성이다. 지난해 말부터 확연해진 미국 경제의 약화세 속에서 그나마 경기를 지탱해온 것이 소비였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미국 소비자의 신뢰기반이 무너져 자칫 장기적인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적어도 올해 안으로 미국 경제가 회복세로 반전될 것이라는 전망은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세계경제의 견인차인 미국 경제의 침체는 미국에 크게 의존하는 우리 수출과 투자활동에 증폭된 충격을 안겨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세계 경제 약화, 구조조정 지연, 불확실성의 만연 등 때문에 침체와 경기회복의 기로에 서 있는 우리가 결정타를 맞을 가능성마저 있다. 대응책을 마련함에 있어, 추진 중인 구조조정이 감내하기 힘들 정도의 난관에 봉착하는 상황도 상정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성급한 과잉대응, 특히 정책기조를 구조조정보다 경기부양으로 전환하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이다. 지금의 혼란상이 세계적 경제 위기로 이어질지 여부는 앞으로 미국의 대응능력이 얼마나 신속하고 냉정하게 발휘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우리 경제에 미칠 미국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안은 미국 경제의 반응과 연계해 신중히 결정해야 할 문제일 것이다.

미국발 충격으로부터 우리 경제만이 온전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충격을 최소화하고 경제심리적 공황 상황을 얼마나 조기에 극복할 수 있느냐 여부는 근본적으로 우리의 경제체질이 얼마나 허약한가, 또 중단없는 구조조정으로 그 허약한 경제체질을 얼마나 빨리 강한 체질로 전환하느냐에 달려 있다.

정부와 기업의 신속하나 의연한 대응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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