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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셋째주베스트셀러(시)]
아마 계절 탓인지도 모르겠다. 요즘 시는 머리 쓰다듬어 주고, 가슴 훈훈히 데워야 읽히나 보다. 류시화 시인의 작품집이 세 권이나 순위에 올라 있다. 좀체 내려앉을 기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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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가 있는 아침 ] 두만강에 두고 온 작은 배
두만강에 두고 온 작은 배 - 김규동 (1925~ ) 가고 있을까 나의 작은 배 두만강에 반백년 비바람에 너 홀로 백두산 줄기 그 강가에 한줌 흙이 된 작은 배 슬프다. 노시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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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가 있는 아침 ] - 첫사랑
첫사랑 - 문태준 (1970~ ) 눈매가 하얀 초승달을 닮았던 사람 내 광대뼈가 불거져 볼 수 없네 이지러지는 우물 속의 사람 불에 구운 돌처럼 보기만 해도 홧홧해지던 사람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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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경희문학상 김용희씨와 공동 수상
문단에 작은 화젯거리가 생겼다. 1980년대부터 한국 시단에서 빠지지 않았던 이름, 박남철(52.사진)시인이 등단 27년 만에 첫 상을 받은 것이다. 경희대학교는 최근 아동문학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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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詩)가 있는 아침 ] - 낙타
낙타 신경림 (1935~ ) 낙타를 타고 가리라, 저승길은 별과 달과 해와 모래밖에 본 일이 없는 낙타를 타고. 세상사 물으면 짐짓, 아무것도 못 본 체 손 저어 대답하면서,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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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詩)가 있는 아침 ] - '민지의 꽃'
민지의 꽃 정희성 (1945~)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청옥산 기슭 덜렁 집 한 채 짓고 살러 들어간 제자를 찾아갔다 거기서 만들고 거기서 키웠다는 다섯 살 배기 딸 민지 민지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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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詩)가 있는 아침 ] - '하늘과 땅 사이에'
하늘과 땅 사이에 김형영 (1944~ ) 눈 덮인 산중 늙은 감나무 지는 노을 움켜서 허공에 내어건 홍시 하나 쭈그렁 밤탱이가 되어 이제 더는 매달릴 힘조차 없어 눈송이 하나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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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단신] 제2회 황순원문학제 공모전 外
◆ 제2회 황순원문학제 공모전 마감이 10월 14일로 연기됐다. 중앙일보.양평군.경희대학교가 공동 주최하고, 소나기마을 건립추진위원회(www.soonone.com)가 주관하는 황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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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詩)가 있는 아침 ] - '낙타'
낙타 신경림 (1935~ ) 낙타를 타고 가리라, 저승길은 별과 달과 해와 모래밖에 본 일이 없는 낙타를 타고. 세상사 물으면 짐짓, 아무것도 못 본 체 손 저어 대답하면서,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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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가 있는 아침 ] - 어머니의 땅
어머니의 땅 신달자(1943~ ) 대지진이었다 지반이 쩌억 금이 가고 세상이 크게 휘청거렸다 그 순간 하느님은 사람 중에 가장 힘센 사람을 저 지하 층 층 아래에서 땅을 받쳐 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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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가 있는 아침 ] - 어머니 날 낳으시고
어머니 날 낳으시고 정일근(1958~ ) 오줌 마려워 잠 깼는데 아버지 어머니 열심히 사랑 나누고 계신다, 나는 큰 죄 지은 것처럼 가슴이 뛰고 쿵쾅쿵쾅 피가 끓어 벽으로 돌아누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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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가 있는 아침 ] - 편지
편지 김남조(1927~ )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었다 이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그대만큼 나를 정직하게 해준 이가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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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가 있는 아침 ] - 아우슈비츠 이후
아우슈비츠 이후 최명란 (1963~ ) 아우슈비츠를 다녀온 이후에도 나는 밥을 먹었다 깡마른 육체의 무더기를 떠올리면서도 횟집을 서성이며 생선의 살을 파먹었고 서로를 갉아먹는 쇠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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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가 있는 아침 ] - 사과씨
사과씨 고형렬(1954~ ) 사과는 대한을 지나면서 늙었다. 껍질이 말라서 잘 드는 칼이 잘 들지 않는다. 나무가 사과를 키울 때 이렇게 되도록 하셨다. 사과 속에 아이가 젖을 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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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가 있는 아침 ] - 아내의 맨발 3
아내의 맨발 3 - 갑골문 송수권(1940~ ) 뜨거운 모래밭 구덩을 뒷발로 파며 몇 개의 알을 낳아 다시 모래로 덮은 후 바다로 내려가다 죽은 거북을 본 일이 있다 몸체는 뒤집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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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詩)가 있는 아침 ] - 하늘의 밥상
하늘의 밥상 이산하(1960~ ) 아이들이 어지럽게 흘린 밥알처럼 내 삶도 저렇게 밥그릇을 떠나 자유로웠으면…… 하늘의 밥상이여 내 피만으로 한 상 차렸구나 사람은 태어나면서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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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詩)가 있는 아침 ] - 날개
날개 천상병(1930~1993) 날개를 가지고 싶다. 어디론지 날 수 있는 날개를 가지고 싶다. 왜 하느님은 사람에게 날개를 안 다셨는지 모르겠다. 내같이 가난한 놈은 여행이라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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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詩)가 있는 아침 ] - '자서전'
임영조(1943~2003), 자서전 1943년 10월 19일 밤 하나의 물음표(?)로 시작된 나의 인생은 몇 개의 느낌표(!)와 몇 개의 말줄임표(……)와 몇 개의 묶음표()와 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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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호 기자의 문학 터치]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 김민정 지음
고백으로 시작한다. 김민정의 첫 시집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열림원)를 받아본 때는 5월 중순께다. 그때 딴에는 열심히 읽었다. 그러나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렇게 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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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호 기자의 문학터치] 상냥한 작가, 살벌한 작품
'아오이 가든' 편혜영 지음 그를 처음 만난 건 올초 한 문예지 회식 자리였다. 맞선 나온 양가집 규수마냥 그는 얌전했다. 말수가 적었고 다소곳했다. 신예작가 편혜영(33)은 그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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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수녀 등단 30년
▶ 오랜만에 만난 오누이 같다. 활짝 웃는 모양이 그들이 써온 시처럼 곱다. 송봉근 기자 아마도 버거운가 보다. 우리네 삶, 참으로 무거운가 보다. 그래서인가. 이 시대 가장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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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 때 정호승 시집에 발문…박해석씨 10년 만에 시집
▶ 박해석 시인은 사진 찍기를 한사코 거절하다 마지 못해 응했다. ‘문청’ 기질이 오똑 살아 있었다. 김태성 기자 인 김수영이 쓰러진 날이 1968년 6월 15일 늦은 밤. 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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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의 애환 시로 읊어봤죠" 국·영문 시집 펴낸 대원외고 김영수군
'시험이 저를 속일지라도/슬퍼하거나 노하지 않겠습니다/모든 것은 순간이며/지난 것을 그리워한다는 말씀/늘 새기고 있겠습니다'('시험 망친날 푸시킨께') '듣기 싫은 소리는 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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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기쁨과 고통…청춘에게 바치는 포에지
5월 햇살보다 더 화사한 그리움과 환희, 낙엽같이 스러지는 아픔과 회환. 정호승 시인의 시들에서 느낄 수 있는 사랑의 감정들이 박항률 화백의 붓을 만나 아름다운 시화(詩畵)로 거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