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사람들

취임 2주만에 금감원 평정…尹 최종병기 이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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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정부의 금융감독원장이다. 1972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초구 방배동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꽤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다. 동작구에 위치한 경문고를 졸업했다. 이후 서울대 경제학과에 합격했고, 대학원으로 진학했다. 대학원 휴학 후 카투사에 입대했고, 군 복무 기간 공인회계사 시험(1998년)에 합격했다. 전역 후 사법고시를 준비했고, 2000년 통과(사시 42회)했다. 2010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변호사 자격도 얻었다. 영어 구사에 능통하고, 하루 500페이지의 책을 독파할 수 있을 정도로 집중력과 암기력이 탁월한 수재다. 일례로 2006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매각 사건 당시 이복현은 90%가 영문으로 표기된 압수자료 700상자 분량의 회계자료를 분석했다. 검사로서 금융·조세 범죄 수사에서 실력을 발휘하며 부장검사까지 올라갔다. 

     

    검사 이복현을 경험했던 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불같은 성격”이라는 것이 중평이다. 언행이 과격한 편이고, 수사 방법도 다소 거칠었다고 한다. “검사 한동훈이 정밀하게 범인의 약점을 집어내 집도하는 의사라면, 검사 이복현은 ‘피 칠갑’을 불사하며 범인을 탈탈 터는 파이터 스타일”이라는 비교도 있다. 이 탓에 검찰 내부에서 이복현의 캐릭터에 대해선 호불호가 엇갈리지만, 그의 업무 능력만큼은 모두가 인정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특히 주어진 업무를 속도감 있게 처리하는 추진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이복현(32기)은 한동훈(27기) 법무부 장관보다 1살 많지만, 공인회계사 시험을 먼저 치르고, 뒤늦게 사법고시에 임한 탓에 사법연수원 기수로는 5기 아래다. 


     

    2022년 4월 민주당의 ‘검수완박’ 추진에 반발해 검찰 내부 게시망 ‘이프로스’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김오수 검찰총장을 거북이와 타조에 비유하며 “이런 선배들이 부끄럽다”고 질타한 뒤 사표를 썼다. 이후 5월 10일 대통령에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은 6월 7일 검찰 출신 사상 첫 금감원 수장으로 이복현을 낙점했다.

  • 2006년 당시 검사 윤석열이 소속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중수1과는 현대자동차 비자금 사건,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 이때 ‘기업 회계자료를 볼 줄 안다’는 이유로 전주지검 군산지청 소속 검사 이복현이 차출됐다. 여기서 신임을 얻은 이복현은 2010년 한화 비자금 사건,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2016~2017년 국정농단 특검 수사 등에 합류하며 ‘윤석열 사단’으로 각인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에도 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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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윤 대통령은 최연소(50세) 금감원장으로 이복현을 발탁했다. 발표 직후 금융산업노조와 금감원 노조에서 “검찰 출신 금감원장”이라고 비판했지만, 불과 취임 2주 만에 업무 파악을 마치며(통상 전 부서 업무 보고에는 두 달이 걸린다) 전문성을 증명했다. 이복현은 “자료는 아무리 많아도 상관없으니 보고 내용을 충실히 해 달라”며 금감원 직원들 ‘군기’를 잡았다. 임원들과 자본시장과 금융 현안에 대해 전문용어를 써가며 의사소통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는 수준을 과시한다. 만약 잘 모르는 사항이 있으면, 즉각 관련 부서로 전화해 설명을 듣는다. 언제 걸려올지 모르는 전화 때문에 이복현 취임 후 금감원 직원들은 이른 아침부터 초긴장 모드로 업무에 임한다.

  • 금감원장 취임 뒤 “일 안 하고 술 마시러 다니는 사람을 싫어한다. 검찰 때 그런 부류는 상종도 안 했다”라고 직접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발언이 퍼진 뒤, 금감원 내부에서 국장급 이상 간부들은 회식을 자제하고 있다. 이복현은 술을 즐기지 않지만, 작정하고 마시면 상당한 주량이라고 한다. 

     

    금감원에서 1972년생은 팀장급 나잇대다. 이복현은 비슷한 연배인 팀장급에게 직접 연락해 업무 관련 이야기를 나눈다는 전언이다. 국장·부원장·부원장보를 건너뛴 업무 지시가 나오고 있는 현실에 대해 “당혹스럽다”는 시각도 있지만, 그만큼 일의 디테일을 중시하는 이복현의 성향을 짐작할 수 있다. 이복현의 ‘디테일’은 언론 대응에서도 드러난다. 매일 아침 9시 공보국장의 보고를 받는 등, 기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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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감원에 온 뒤 검찰 때보다 부드러워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온다. 매주 금요일 시행되는 금감원의 ‘캐주얼데이’ 때 청바지와 티셔츠 차림으로 나타나 직원들과 격의 없이 인사를 나눈다. 


    취미는 테니스다.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 젊고 댄디하며 능력으로 직원을 평가하는 이복현에 대한 호감이 특히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