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사람들

특수부 쌍두마차…국정원 체질 개선 주도한 조상준

  • 윤석열정부 국정원의 기획조정실장이었다. 1970년 7월 8일생으로 경남 창원에서 태어났다. 부친은 조영해 전 상공부 국장이다. 1989년 서울 경성고를 졸업, 1994년 서울대 법학과 4학년 당시 제36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97년 사법연수원(26기)을 수료한 뒤 군법무관을 거쳐 1999년 검사생활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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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검사 시절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인연을 맺으며 특수통으로 길러졌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이력으로 유명한 ‘청와대 파견 후 법무부 검찰국’이라는 영전 코스의 선발 주자다. 윤석열 대통령과는 2006년 론스타 수사 때 첫 인연을 맺었고, 2011년 저축은행 비리 수사에서 다시 손발을 맞춘다. 우병우 전 수석이 실권을 잡았을 때는 ‘우병우 라인’으로, 윤석열 대통령 때는 ‘윤석열 라인’으로 법조계에서 공유되는 인물이다. 큰 틀에서 보면 특수부 계보를 잇는 검사다. 2019년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취임 후 검사장으로 승진했지만 이듬해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인사에서 차장검사로 좌천된 후 법복을 벗는다. 윤 대통령을 비롯한 가까운 검사들이 만류한 것으로 전해진다. 윤석열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6월 국정원 기조실장에 임명됐으나 취임 4개월 만인 10월 사의를 표명했다.



    2020년 3월 ‘2020년 고위공직자 정기재산변동사항’에 따르면 대검 형사부장 시절의 조상준의 재산은 13억9200만원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부부 예물시계 2점(400만원)과 배우자 명의 다이아몬드 반지, 루비반지·목걸이·귀걸이, 금비녀, 진주목걸이·귀걸이 등 총 1800만원어치를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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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 서울중앙지검에서 평검사로 일했다. 2002년 2월 대구지검 포항지청 부임 후 3개월 동안 포스코 임원 금품수수 사건, 옛 동지재단 부지 내 아파트 건설비리 사건, 노조원 채용 금품비리 사건 등 3건의 수사로 15명을 구속시키는 성과를 냈다. 2004년 미 뉴욕주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 유학을 떠났고 2005년 대구지검 특수부로 복귀하면서 본격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는다. 당시 대구지검 특수부장이었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 눈에 들어 도제식 교육을 받았다. “정말 제대로, 혹독하게 배웠다”는 게 조상준의 회고다.


    2006년 현대차 비자금 사건과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을 수사한 대검 중수부에 파견됐다. 워낙 큰 사건이다 보니 엘리트가 모인 중수부에서도 수사에 도움이 될 유능한 후배를 물색하는데, 조상준은 여러 선배에게 천거를 받아 합류한다. 조상준은 꼼꼼하고 끈질긴 성격으로 당시 수사팀의 부부장검사였던 윤석열 대통령의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는 후문이다. 한 법조인에 따르면 검찰에 소환된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을 조사하는 자리에서 전문 통역인을 제치고 직접 영어로 취조하고 조서를 썼다. 심지어 통역인이 중간에 끼어들자 통역의 의미가 잘못 전달됐다며 오류를 지적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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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상준은 론스타 수사에서 훗날 자신과 ‘특수부 쌍두마차’를 이루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만난다. 두 사람은 초임 때 우수한 연수생만 간다는 서울로 발령된 것도 닮았고, 뉴욕주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 컬럼비아대 로스쿨로 유학을 다녀와 유창한 영어 실력을 자랑하는 것도 닮았다. 전방위적으로 자료를 검토해 수사의 큰 그림을 그려나가는 스타일이나 정·재계를 가리지 않고 칼끝을 겨누는 특수부의 면모도 마찬가지. 론스타 수사에 참여했던 전 대검 특수부장은 “도메스틱(domestic)한 우리와 달리 조상준은 세계관이 넓었다. 그와 똑같은 인물이 바로 한동훈”이라고 평했다.

  • 청와대 민정-법무부 검찰과로 이어지는 엘리트 코스의 창시자다. 조상준은 2008년 한 장관보다 1년 먼저 청와대 민정수석실 민정2비서관으로 일하다가 2010년 법무부 검찰국 검찰과 검사로 복귀와 동시에 영전한다. 검찰국 근무는 모두가 선망하지만 한 기수에서 불과 몇 명만 갈 수 있는 자리다. 그런데 소위 ‘정치 물’ 먹은 검사가 검찰의 인사·조직·예산을 관할하는 요직에 꽂히는 것은 유례없는 일이었다. 통상 법무부는 청와대를 다녀온 검사 중 부장검사 이상은 법무연수원 등으로, 평검사는 일선 지방검찰청으로 복귀시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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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상준은 2011년에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부장검사로 특수통 명성을 이어갔다. 이 시기 하반기 검사 인사에서 “특수부에 뼈를 묻겠다”며 지청장 자리도 고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같은 해 11월 SK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 형제의 선물투자 손실 그룹 보전 의혹 수사에 부부장검사로 수사 전반을 조율하는 총괄팀장으로 참여해 전방위적인 압수수색을 지휘했다. 2015년 대검 특수2부장 시절에는 포스코 건설의 협력업체를 통한 비자금 조성 비리 수사로 정준양 전 회장·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병석 전 새누리당 의원 등을 기소했다.


    2016년 1월 조상준은 방위사업청 방위사업감독관으로 파견되는데 이때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입김이 작용했다는 설이 파다했다. 이로 인해 과거 우 전 수석과의 대구지검 특수부 인연이 언론에 재조명된다. 이와 함께 2014~2016년 우 전 수석이 실권을 쥔 시점에 조상준은 ‘우병우 라인’ 검사로 법조계에 공유된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 수사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한동훈 장관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두 검사에 대해 전직 특수부 검사는 이렇게 요약한다. “두 사람은 각자 컸다. 구심점에 윤석열 대통령이 있었던 것일 뿐.”


    조상준은 문재인 정부 때도 감독관 자리를 지킨다. 그리고 검사로 복귀한 2018년에는 부산지검 제2차장검사로 승진한다.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취임 후인 2019년에는 검사장으로 승진해 전국의 형사사건을 총괄하는 대검 형사부장이 된다. 우병우-윤석열로 이어지는 ‘특수부 파벌’에서 밀려난 적 없는 대표주자로 봐야 할 듯하다. 최종 직위는 검사장이며, 2020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인사 후 좌천돼 법복을 벗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