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콜로라도의 진정한 영웅' 토드 헬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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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의 팬들은 콜로라도 로키스를 보고서 이런 말을 할 지도 모른다."어떻게 이처럼 형편없는 투수력을 갖춘 팀이 존재할 수 있었단 말인가?"

분명 이 말은 콜로라도가 가진 헛점의 정곡을 찌른 점에서 미래의 어떤 시점에서 이야기하더라도 적절한 평가가 될 것이다. 하지만 미래의 팬들이 이 말을 한다는 것은 콜로라도가 남겼던 역사적인 모습들 중에서 단지 하나의 특징만을 언급한 것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콜로라도는 쿠어스 필드라는 투수들에게는 최악의 상황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구장을 가지긴 했지만 한편으로 타자들에게는 어쩌면 그들의 실력을 극단적인 수준까지 발전시킬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구장이기 때문에 콜로라도가 역사상 가장 훌륭했던 타자들을 배출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일 수가 있기 때문이다.

1993년 플로리다 말린스와 함께 리그에 참여했던 콜로라도는 이제 겨우 9년 밖에 되지 않는 짧은 역사를 가지고는 있지만 그들에겐 팬들이 최고라고 지목하기에 결코 주저하지 않을 만큼 걸출한 타자가 있었다.

1997시즌 MVP와 1998시즌,1999시즌의 두 번에 걸쳐 타격왕에 올랐던 래리 워커라는 사나이가 그 대표적인 선수가 될 것이다.하지만 워커는 콜로라도의 역사가 수십년간 계속된다면 그들의 역사를 꽃피웠던 수많은 스타 선수들 중에서 단지 한 명에 불과할 것이다.

또 다른 한 명의 선수가 역사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속팀이 부진한 가운데서도 고군분투하고 있는 토드 헬튼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8월 5일(한국시간) 현재 헬튼은 35개의 2루타를 기록하고 있다. 35개의 2루타는 내셔널리그에서는 가장 많은 기록이며,양대리그 통틀어서도 마이크 스위니(캔자스시티 로열스,39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기록이다. 헬튼의 진가는 바로 여기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 시즌에도 59개의 2루타를 기록했던 헬튼은 올시즌 2년 연속 50개의 2루타라는 대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역사상 이 기록을 달성했었던 선수는 불과 6명에 지나지 않는다.트리스 스피커(1920년,1921년),조지 번스(1926년,1927년),빌리 허먼(1935년,1936년),조 매드윅(1936년,1937년),에드가 마르티네스(1995년,1996년) 그리고 크레익 비지오(1998년,1999년)가 이 기록을 달성했던 선수들의 전부인 것이다.

특히 지난 시즌 헬튼이 기록했던 59개의 2루타는 1936년 찰리 게링거가 60개의 2루타를 기록한 이후 가장 많은 2루타일 정도로 헬튼의 2루타 제조능력을 대단한 것이었다.올시즌 헬튼은 남은 시즌 동안 50개의 2루타 달성까지에 필요한 15개의 2루타를 달성함으로써 콜로라도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콜로라도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 주게 될 것이다.

다소 성급한 예상이 될 수도 있겠지만 헬튼의 나이가 이제 겨우 28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시즌에는 헬튼이 2년 연속 50개의 2루타를 넘어 3년 연속 50개의 2루타라는 사상 초유의 대기록을 달성하는 것도 점쳐 볼 수 있으리라.

이는 헬튼이 쿠어스 필드를 홈구장으로 사용하기에 더욱 그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그리고 어쩌면 트리스 스피커가 보유하고 있는 역사상 최고의 기록인 5시즌 50개의 2루타도 헬튼에 의해서 경신될 수도 있을 것이다.

올시즌 헬튼이 도전하고 있는 신화는 한 가지가 더 있다.지금까지 35개의 2루타와 34개의 홈런을 기록하고 있는 헬튼은 한 시즌 50개의 홈런과 50개의 2루타 달성에도 도전하고 있다.이 기록은 2년 연속 50개의 2루타보다는 더 값진 기록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이 기록을 달성했었던 선수는 올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앨버트 벨(볼티모어 오리올스)이 유일한 선수였기 때문이다.벨은 1995년 50개의 홈런과 52개의 2루타를 기록하였다.후반기 들어 7개의 홈런을 몰아치고 있는 헬튼은 이 기록 달성의 가능성에 한 발짝 더 다가서고 있다.

팬들은 아마도 헬튼이 이 기록을 달성하게 된다면 쿠어스 필드의 잇점에 힘입은 것이라고 하면서 그의 기록달성에 대해 평가절하하게 될 지도 모른다.하지만 이는 그의 실력을 잘못 인식한 탓도 될 것이다.

헬튼은 이제까지 기록한 34개의 홈런 중에서 홈경기에서 20개의 홈런을 쳐냄으로써 원정경기에서 기록한 14개의 홈런보다는 분명 더 많은 홈런을 쿠어스 필드에서 기록하고 있기는 하다.하지만 그의 기록에는 그가 결코 쿠어스 필드의 잇점만을 등에 업고서 기록을 만들어가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보이고 있다.

헬튼은 57경기를 홈경기로 치름으로써 50경기의 원정경기보다는 7경기나 더 많은 홈경기를 치루었기 때문에 그의 실력이 결코 홈구장의 잇점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1998년과 1999년의 2시즌에 걸쳐 리그 타격왕에 올랐던 워커가 2000시즌에는 부상으로 부진하자 그를 대신해서 리그 타격왕에 올랐던 헬튼은 만약 역사상 최고의 타격의 팀으로 콜로라도가 남게 된다면 헬튼이 지금 도전해 가는 기록 사냥은 이러한 콜로라도 역사의 시작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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