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100만원 받는 200억 부자, 국민연금료 절반 지원 받는 까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경기도 성남시에 사는 A씨(43)는 부산 사상구의 영세사업장 근로자로 돼 있다. 월급은 100만원이다. 월급이 적어 올 들어 정부에서 국민연금 보험료와 고용보험료의 절반인 5만1750원을 매달 지원받고 있다. 근로자와 회사의 부담을 절반 줄여주는 대신 두 가지 보험료를 성실하게 내라는 의미다. 이에 따라 노후에 국민연금을 받고 실직하면 실업급여 등의 혜택을 볼 수 있게 됐다. 그런데 A씨는 201억원의 건물·토지·주택을 갖고 있는 자산가로 판명됐다. 정부의 지원자 선정기준의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정부가 올 3월부터 저소득 근로자의 보험료를 지원하면서 소득만 따지고 재산을 보지 않아서다. 국민연금과 고용보험 제도가 보험료를 산정할 때 재산을 고려하지 않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19일 보건복지부와 민주통합당 김용익 의원에 따르면 보험료 지원을 받는 근로자 가운데 3억원 이상의 재산을 갖고 있는 사람이 9975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10억원 이상이 1378명이며 100억원이 넘는 사람도 3명 있다.

 정부는 직원 10명 미만의 작은 회사에 근무하는 월 소득 35만~125만원인 근로자 48만4696명에게 보험료를 지원하고 있다. 월 소득이 35만~104만원이면 보험료의 절반을, 105만~125만원이면 3분의 1을 지원한다. 영세 사업장 근로자의 노후빈곤을 줄이는 게 목적이다. 이 사업에는 연간 2500억원이 들어간다. 예산 부족을 이유로 계속 미뤄오다 올해 시행됐다. 보험료 지원 제도가 저소득 근로자를 목표로 도입됐기 때문에 ‘재산 부자’를 지원하는 것은 당초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는다. 복지부는 이번 조사에서 부동산 자산만 따졌다. 금융소득을 확인하면 ‘부적합 대상자’가 더 늘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재산을 감안하지 않는 제도여서 재산 보유 현황을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며 “금융·임대소득은 대상자 선정기준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