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데이터는 작게 시작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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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1호 30면

“데이터가 충분치 않다” “데이터가 있다고 해도 그 정확도가 떨어진다” “많은 정보를 주더라도 영업인력들이 이를 적시에 활용하는 것이 어렵다” 등등 데이터의 활용을 통한 성과 향상에 대해 이야기하면 많은 금융업체로부터 듣는 이야기다. 그러나 빅 데이터(Big data)의 활용을 통한 성과 향상에 있어 금융권도 예외일 수는 없다. 오히려 맥킨지의 분석 결과 빅 데이터의 활용 잠재력이 가장 높은 산업 중 하나로 금융산업이 손꼽힌다.

빅 데이터 하면 우선 정보통신(IT) 데이터 베이스를 먼저 떠올리는 경우가 많지만 그 개념은, 여러 경로로 막대한 양의 자료를 확보하고 이를 새로운 툴과 시스템을 통해 분석해 비즈니스 의사결정의 질을 높이는 것을 의미한다. 전구의 발명이나 화약의 발명처럼 바로 눈에 띄는 변화는 아닐지언정, 빅 데이터의 활용은 분명 사회 전반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다줄 것으로 보인다. 경영일선에서 맥킨지가 지켜본 일련의 변화들은 더 큰 파장을 암시하고 발 빠른 기업들은 이미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고 빅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면 미국 보험사인 프로그레시브(Progressive)는 빅 데이터의 활용을 잘하는 사례로 꼽을 수 있고, 이익률이 산업 평균의 3배가량 된다. 미국 금융사인 캐피털 원(Capital One)의 경우를 보면 자그마치 10만 개의 소비자 패턴을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상품을 개발한다. 상품을 점점 개인에게 맞춤화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데이터의 분석에 따라 고객 유형별로 고객이 다음에 필요로 할 것으로 예측되는 금융상품은 무엇인지(Next product to buy) 파악하는 모델을 가지고 있고, 이를 활용해 고객에게 상품 제안을 한다. 또한 빅 데이터에 기반한 콜센터의 자동응답시스템은 소비자가 제공하는 정보에 따라 다른 자동응답을 내보내거나 바로 전문상담원에게 연결시킨다. 이 전문상담요원은 20개가 넘는 정보를 스크린에서 보면서 불필요한 질문을 줄이고 곧바로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러한 시스템은 평균적으로 전화통화 시간을 50∼60% 단축시켜 비용 절감에 일조하고 있다.

오늘날 인간이 경제활동을 하면서 남기는 흔적은 상상을 초월한다. 신용카드로 행해지는 결제활동, 통화 기록, 전자상거래 목록, 소셜미디어 채널을 통해 남기는 글, 은행 지점에서 남긴 설문지, 전화 설문 등 그 데이터 양은 엄청나다. 정보가 부족하다는 말이나 정보의 정확도를 이야기할 시대는 지났다. 오히려 이러한 여러 개의 고객 접점에서 생성될 수 있는 데이터의 홍수 속에서 어떤 분석을 통해 데이터에서 가치를 뽑아내느냐는 분석력(Analytics)과, 이러한 분석이 적시에 비즈니스 의사 결정에 쉽게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툴을 만드는 것이 빅 데이터 시대의 관건이다. 고객의 니즈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도 모르고 있는 니즈를 데이터 기반 분석으로 예측하는 모델을 만들어 교차판매율을 높이고, 리스크 평가 모델을 향상시켜 부실률을 줄이는 등 금융산업에서의 빅 데이터를 통한 가치는 상당하다. 이뿐만 아니라 고객의 입장에서도 자신도 잘 모르는 자신의 금융 니즈에 맞춤화된 금융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빅 데이터의 활용에 대한 몇 가지 교훈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빅 데이터는 IT 관련 이슈로만 국한해서 이해하면 안 되고 비즈니스 시스템 전반에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1990년대 고객관계관리(CRM)에 대한 투자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그 당시 포커스는 IT 시스템 구축에 두었다는 점이다. 가설이 먼저이고 데이터와 시스템이 따라가야 하는데 그 순서가 뒤바뀌었다. 시스템이 먼저 선행되고 모아둔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나중에 고민하는 경우가 많아 막대한 투자를 하고도 정작 활용도는 낮았다. 둘째, 데이터를 모으는 것보다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 몇 명의 분석력이 뛰어난 사람만 쓰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쓰기 쉬운 툴로 만들어주는 것이 활용도에서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빅 데이터의 효율적인 활용은 초기의 막대한 투자보다 오히려 작게 시작해야 더 낫다는 것이다. 상품 개발, 리스크 관리 혹은 마케팅 비용의 최적화 등 여러 분야 중 가장 중요한 분야를 먼저 선정해 작은 실험들을 통해 성공 경험을 하고 다른 분야로 점진적으로 확장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다.



김용아 입사 16년 만에 한국 여성 최초로 맥킨지 최고 직급인 시니어파트너에 선임됐다. 하버드대 MBA. 전 세계에서 맥킨지 디렉터는 460명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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