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삶의 향기

낭비하는 삶과 지속가능한 삶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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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이영직
변호사

사람이란 살면서 이런저런 계기로 새로운 환경을 맞아 그에 걸맞은 생각을 가지게 되는 모양이다. 물론 이전의 자신의 모습과 전혀 달라지는, 이른바 환골탈태(換骨奪胎)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끊임없이 경험하고 배우고, 생각하면서 내 모습을 어느 방향으로 점점 갖추어 나가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리하여 이전과는 다른, 조금은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사람에 따라서는 그야말로 초지일관(初志一貫)하여 젊었을 때, 아니 어렸을 때 자신이 가졌던 생각이나 삶의 방향을 유지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러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소수일 것이고 많은 사람은 살면서 상황에 맞게 자신의 생각이나 행태를 조금씩 수정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다만 그 변화의 방향과 정도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것이지만.

 서두가 약간 거창했는데 나 자신이 올해 들어와 겪은 몇 가지 실제적인 사건과 그리고 약간의 독서 경험을 통하여 나 자신의 생각과 언행이 미묘하지만 조금은 바뀌는 것을 느끼고 있다. 다른 게 아니라 이른바 생태, 환경에 관한 것이다. 즉 우리가 어떻게 사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 하는 이른바 ‘개똥철학’에 관한 것이다. 지역에서 환경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의 강권(?)으로 ‘어쩔 수 없이’ 환경모임에 가입하게 되고(이전부터 막연하게나마 관심을 가지고 지지하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지만 구체적인 모임에 가입하여 회원이 된 것은 처음이다), 우연한 계기로 텃밭을 가꾸게 되었다. 그리고 지적 호기심 내지는 허영심으로 학교에 다니며 공부를 하고 있는데 학과목 중에 환경, 생태에 관한 과목이 있어 구체적인 공부를 하게 되면서 관련이 있는 책을 읽게 되었다. 또한 좋아하는 사람을 따라 협동조합운동에 참여하는 등등의 경험을 하고 있다.

 이러한 거의 동시에 마주친 몇 가지 경험으로 머리가 아닌 가슴과 몸으로 우리의 본래적인 삶의 모습은 어떠한 것일까, 어떠해야 할 것인가 고민하게 되었다. 나아가 현재 우리가 일상적으로 살고, 추구하는 모습은 이와는 얼마나 다를까 역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 결과 현재의 생각으로는 우리가, 나 자신이 살고 있는 모습은 “이게 아닌데”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물질문명의 발달로 인하여 인간이 소외되었다든지, 석유 등 에너지가 고갈되어 더 이상 지속가능한 발전은 불가능하다든지, 환경이 오염되어 우리의 건강이 심각한 위험에 빠져 있다든지 하는 단편적인 지식은 조금만 신경을 쓰면 충분히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따라 사용하지 않는 전원의 코드를 뽑고, 될 수 있는 대로 ‘나 홀로 운전’을 줄이고, 쓰레기를 분리 배출하는 데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산이나 바다로 갔을 때 자연을 덜 더럽히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 역시 머리로는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 자신은, 이러한 지식 차원이 아니라 삶의 행태의 차원에서 과연 현재의 모습이 올바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경제성장을 통하여 삶이 풍족해지고, 발달된 정보통신의 덕택으로 정보와 지식을 신속하게 습득하고, 인간의 역사가 증명하듯이 과학과 기술이 뒷받침된 문제해결 능력을 통하여 성장과 발전에 따른 부작용을 완화하거나 해결하는 등의 모습이 바람직한가, 지속적으로 가능한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이제는 진부한 말이 되었지만, 혼자 꾸는 꿈은 몽상이지만 여럿이 함께 꾸면 현실이 된다고 한다. 나도 전에는 환경, 생태 운동에 대하여 ‘내용은 좋지만 과연 현실성이 있을까.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가능할까’ 하는 약간은 냉소적인 생각을 했다. 이를 반성하는 의미에서라도 우리가 사는 세상을 조금이라도 정화시키기 위하여 자신을 희생하면서, 혹은 스스로 즐거워서 엄청난 노력을 하는 사람들에게 나 자신의 조그마한 몽상이라도 이 기회를 통해 보탠다.

 그냥 깨끗한 공기를 마시고, 몸에 좋은 친환경 유기농 음식을 먹고, 경치 좋은 곳에서 스트레스를 덜 받고 사는 것이 우리의 목표는 아닐 것이다. 사람들이 수만 년 동안 살아온 모습과 현재의 모습이 어떻게 다르고, 그 다른 것이 과연 바람직하고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는가를 수확의 계절이라는 가을에 몸과 마음으로 생각한다.

이영직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