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 면제 기업 41만 곳으로 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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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정부가 본격적인 경제 심리전에 돌입했다. 경제 심리가 지나치게 위축돼 경제를 더 어렵게 하는 걸 막겠다는 뜻이다. 올해 성장률 2%대 전망이 현실화했고, 대외 여건은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서 나온 궁여지책이기도 하다.

 정부는 24일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고 경기대책을 또 내놨다. 내년 예산 발표를 하루 앞두고 경기 활성화를 위해 내년 재정투자를 확 늘린다는 걸 별도로 떼서 강조한 것이다. 경제에 앞서 경제 심리를 부추기겠다는 전략이다. 기획재정부는 “경기 보완 효과가 크고 체감도가 높은 분야에 투자를 집중한다”고 밝혔다.

 그래서 나온 게 내년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투자를 23조9000억원으로 늘리는 방안이다. 올해보다 8000억원 늘렸다. ‘토건 정권’이란 비판에 SOC 투자를 줄여온 이후 4년 만의 증액이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SOC만큼 당장 고용 효과를 낼 수 있는 분야는 없다”고 말했다. 건설업의 비정규직 비율은 51.2%로 전체 산업(33.3%)보다 높다. 질 좋은 중요한 일자리는 아니지만 당장 생계에 급한 일자리가 건설업에 몰려 있다는 뜻이다. 대신 도로 신설보다 조기 완공에 투자 초점을 맞췄다. 과잉 투자와 선거용이란 지적을 비켜간 셈이다.

 상대적으로 체감 경기가 나쁜 지방도 투자 우선순위에 반영됐다. 수도권의 광공업 생산은 2분기 2.7%(전년동기비) 늘었다. 그러나 충청(-0.4%), 대구·경북(-2.1%)은 생산이 줄었다. 수출은 부산·울산·경남권(-4.9%)마저 뒷걸음질이다. 그래서 정부는 내년 지역 산업단지, 경제자유구역, 연구특구 등에 대한 투자를 올해보다 1350억원 늘려 1조2347억원을 지원한다. 수출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은 70조원에서 80조원으로, 무역보험 인수 규모는 200조원에서 220조원으로 늘린다.

 돈 들이지 않고 심리를 다독일 부분도 대책에 포함됐다. 세무조사 면제다. 연 수입 100억원 이하 기업에 대해선 정기 세무조사를 면제키로 했다. 현재(10억원 이하)보다 기준이 완화되면서 조사 면제 기업 수는 26만 곳에서 41만 곳으로 는다. 올 초 이미 밝힌 방침이지만 11월 조사 대상 확정을 앞두고 재강조한 것이다.

 전반적인 정부 경제정책의 변동도 감지된다. 박재완 장관은 이날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정 건전성에 대한 강조를 접은 것은 아니지만 ‘도그마에 빠졌다’는 비판을 들어온 걸 감안하면 한 발짝 옆으로 옮겨 선 셈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균형 재정 얘기만 하고 있기에는 경기 상황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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