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번 폭풍홀 잡아라, 그가 여왕 되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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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위(앞쪽)가 13일(현지시간) 열린 리코 브리티시 여자 오픈 첫날 첫 홀에서 어프로치 샷을 하고 있다. 미셸 위는 1라운드 결과 3오버파 공동 55위로 부진했다. 14일 속개된 대회 2라운드 경기는 초속 30m의 강풍으로 연기됐다. [호이레이크(런던) AP=연합뉴스]

초속 30m.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의 매서운 바람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리코 브리티시 여자 오픈 2라운드가 연기됐다.

 14일 (한국시간) 영국 로열 리버풀 골프클럽. 이날 오후 3시(현지시간 오전 7시)에 시작된 2라운드는 1시간11분 만에 중단됐다. 1번 홀(파4)에서 6팀이 출발했는데 선수 18명의 합산 스코어는 52오버파였다. 10번 홀(파5)에서 크리스티 커(미국) 등과 출발한 에리나 하라(일본)는 60㎝짜리 퍼트가 바람에 움직여 2.5m짜리 퍼트로 둔갑하는 황당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결국 대회 조직위원회는 오전 조 선수들의 스코어를 무효 처리하는 한편 오후 10시에는 2라운드 경기를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이날 경기가 무효 처리되면서 첫 홀인 인코스 10번 홀에서 보기를 하고 나간 유소연(22·한화)은 다시 공동 선두로 컴백했다. 유소연은 1라운드에서 2언더파를 기록해 강혜지(22)와 함께 공동 선두에 올랐다.

 아이리시 해안에 위치한 로열 리버풀 골프클럽은 바람, 벙커, 러프, 딱딱한 그린으로 악명 높다. 특히 14번 홀(파4·400야드)이 가장 까다로운 홀로 꼽힌다. 첫날 이 홀에서 신지애·최나연·유소연·서희경·한희원 등 한국 간판 스타들이 줄줄이 보기를 기록했다. 한국 선수뿐만 아니라 청야니(대만)·펑샨샨(중국)·미야자토 미카(일본) 등 톱 랭커들도 마찬가지였다. 1라운드에서 언더파를 친 11명 중 5명이 파를 놓쳤을 만큼 까다로웠다.

 청야니는 경기 전 “가장 어려워 보이는 14번 홀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고 얘기했지만 보기를 피하지 못했다. 빨랫줄 샷의 달인 신지애(24·미래에셋)는 티샷을 벙커에 빠뜨렸다. 최나연(25·SK텔레콤)과 유소연(22·한화)의 티샷은 깊은 러프에 꽂혔다.

 이 홀은 18개 홀 중 공식 난이도에서는 7, 17, 11번 홀에 이어 네 번째다. 하지만 이는 평소의 계산일 뿐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은 상황이 달라진다. 바닷가 모서리에 위치해 앞바람과 옆바람이 동시에 불기 때문이다. 거리도 400야드로 파4 홀 중 3번 홀(405야드)에 이어 두 번째로 길다. 페어웨이부터 그린까지가 오르막이라 거리 부담은 더 심하다.

 이 홀의 성적이 좋으면 행운이 따라온다는 속설도 있다. 2006년 타이거 우즈(미국)가 디 오픈 2라운드에서 이글을 기록하며 우승한 뒤 생겨난 얘기다. 우즈는 2번 아이언으로 티샷을 한 뒤 4번 아이언을 잡고 친 두 번째 샷을 이글로 연결시켰다. J골프는 15일 오후 2시50분 속개되는 대회 2라운드를 오후 10시부터 생중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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