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가 한 달에 1만원인 ‘수소타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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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여름에 에어컨을 실컷 틀어도 한 달 전기료는 기본요금 정도만 내면 된다. 한국수력원자력㈜의 전기를 사용하는 것도 아니다. 내년 4월 국내에서 처음 선보일 울산의 수소타운 얘기다.

 에너지관리공단과 울산시는 석유화학공장의 원유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수소가스를 사용해 각 가정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수소타운을 시범 조성한다고 6일 발표했다.

 수소타운 대상지는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 ‘LS니꼬’ 빌라형 사택이다. 사택과 가까운 온산읍사무소에도 설치된다.

 이 사업은 온산산업단지 내 석유화학공장에서 사택단지까지 1㎞ 구간에 배관을 묻어 수소가스를 공급받는다. 배관이 연결된 각 가정에는 수소가스를 전기로 바뀌는 연료전지가 설치돼 전기를 생산한다. 총사업비는 88억원.

 에너지관리공단은 사택 240가구 중 4명 이상의 가족을 가진 140가구에 연료전지를 1가구당 2기씩 설치한다. 소형 냉장고 크기의 가정용 연료전지는 한 달 기준으로 700㎾h 전기를 생산한다. 온산읍사무소에도 한 달에 3500㎾h의 전기를 만드는 연료전지 2기를 설치한다.

 이 밖에 사택 체육관과 경비실, 수소타운 홍보관에도 3500∼7000㎾h짜리 연료전지 8기를 설치한다.

 에너지관리공단은 수소타운 가정의 한 달 전기사용량을 평균 400㎾h로 잡았을 때 전기료는 1만원으로 보고 있다. 가족이 4명인 일반가정이 같은 양의 전기를 사용했을 때 한 달 전기요금은 7만7000원쯤 나온다. 수소타운 가정의 전기료가 일반전기를 사용하는 가정의 13% 수준인 것이다.

 수소타운에 수소를 공급할 S석유화학 공장은 하루에 2280㎥의 수소가스를 생산하고 있어 3288㎾h의 전기로 바꿀 수 있다. 수소타운이 사용하기에 충분한 양이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울산 수소타운은 세계 최대 규모다. 일본 후쿠오카(福岡)현에 유사한 수소타운이 있지만 주택 등 건물 15채와 차량충전용 시설 한 곳에만 설치돼 있다. 후쿠오카현 수소타운은 신일본석유와 세이부가스에너지가 2008년 조성했다.

 장하나(34)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 담당은 “수소타운을 시작으로 앞으로 전기자동차 충전, 공장의 발전기 동력까지 수소가스 사용 범위를 넓혀 나가겠다”고 말했다.

◆연료전지(fuel cell)=연료로 공급받은 수소와 공기 중 산소를 화학반응시켜 전기를 만든다. 물을 전기분해하면 수소와 산소로 분해된다. 반대로 수소와 산소를 결합시켜 물을 만들면 이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전기로 바꿀 수 있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1839년 영국의 W R 그로브가 발명했다. 미국이 1969년 발사한 아폴로 11호에 탑재되면서 널리 알려졌다. 이후 우주선의 전력 및 식수 공급원으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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