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대중교통+비싼 주차요금=시민 고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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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천안아산역 일대가 불법 주차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역 이용객들이 갓길이나 빈 공터, 인도 가리지 않고 차를 세워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단속을 해야 할 관할 기관에서는 인력 부족을 이유로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20일 오전 8시 KTX천안아산역사 아래 도로에는 양쪽 갓길에 세워둔 차량들이 200m 이상 길게 줄지어 서 있었다. 4차선 도로지만 도로 기능은 2차로 뿐이다. 갓길에 세워둔 차량이 갑자기 튀어나와 주행 중인 차량과 부딪힐뻔한 아찔한 상황이 자주 목격됐다. 택시까지 겹치기 주차를 하면서 이 일대를 지나는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불법 주차된 차량에 인도를 뺏긴 보행자들이 위험한 차로를 이용해 이동하기도 했다.

“출근할 때 콜택시를 이용하는데 차량들이 너무 많아서 불편해요. 가끔 자가용을 끌고 와도 통행이 어려워 고생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죠.”

KTX역 인근에서 만난 조우영(31·가명)씨의 얘기다. 조씨의 거주지는 서울이다. 천안에 직장이 있기 때문에 매일 KTX를 이용한다. 서울에서 천안까지의 소요시간은 33분이다. 하지만 그는 “천안에 도착한 뒤 회사까지 가는데 시간이 더 걸린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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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 이용객 늘어 통행 불편 갈수록 악화

대전에 거주하는 이태원(30)씨는 매주 금요일만 되면 걱정이 앞선다. 아산 음봉에서 직장생활을 하기 때문에 주말을 이용해 대전에 가지만 대중교통이 없어 KTX역까지 가는 게 불편하다. 승용차를 타고 가면 주차가 어려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요즘은 택시를 타고 역까지 가요. 오후 6시에 퇴근하고 승용차를 끌고 KTX역에 가면 차를 세워둘 곳이 없어요. 갓길에 서로 세우려고 자리싸움이 치열하죠. 역 하부공간 유료주차장을 이용하기엔 너무 비싸 엄두를 못 내요.”

이 같은 상황은 KTX 서부광장 고가도로도 마찬가지다. 택시 승강장이 있는 고가도로 옆에는 100여 대의 일반 차량을 세울 수 있는 주차노선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주차 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일부 차량들은 주차노선이 아닌 안전지대(빗살 모양 노란 선)에 무분별하게 차를 세우고 있다.

이처럼 KTX역 주변에 불법 주차가 난무하는 이유는 KTX를 이용해 출퇴근을 하는 승객들이 해마다 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역사 밑 하부공간에 마련된 유로 주차장이 비싸다는 점과 대중교통이 불편한 것도 이유다. 금요일 저녁과 월요일 오전에는 특히 심해진다. 평일 평균 KTX 열차를 이용하는 승객은 1400여 명. 금요일과 주말에는 1800여 명이 이곳을 이용하고 있다.

KTX천안아산역은 행정구역상 아산시 관할이다. 아산시는 평일 5회 정도 무인카메라가 달린 차량으로 불법 주차를 단속하고 있다. 하지만 주말에는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실시하지 않는다. 불법 주차를 부추기는 이유다. 시 관계자는 “주말에 단속을 하면 민원이 많기 때문에 하지 않는다”며 “평일에는 꾸준히 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차가 많아 단속에 어려움이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새로 생긴 노상 주차장 주변으로 단속을 강화하고 주말에도 2~3회 정도 무인카메라로 단속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불법 주차 없앤다고 갓길 유료 주차장 전환

시는 최근 일부 갓길 도로에 주차노선을 그어 노상 주차장을 만들었다. 이르면 10월부터 위탁업체를 선정해 유료 주차장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은 “임시방편 일뿐”이라며 비난했다. 현재 있는 유료주차장도 주차공간에 여유가 있는데 굳이 노상 주차장을 유료화해 운영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시민 오모(41)씨는 “역사 인근에 차를 세워둘 공간이 없어 유료주차장을 이용한 적이 있는데 주말인데도 한산했다”고 말했다. 아산 개인택시 운전자 홍원배(64)씨는 “유료 주차장 이외에도 광장 옆에는 대규모 지상 주차장이 있다”며 “이곳에 차를 세우면 주차난을 해소할 수 있는데 굳이 노상주차장을 새로 만드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KTX 광장 옆에는 1300㎡ 대지에 차량 500여 대를 세울 수 있는 주차장이 있다. 이곳은 2009년까지 유료 주차장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2010년부터 차량출입을 통제한 채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시 관계자는 “광장 옆 지상 주차장은 LH공사에서 운영했던 곳”이라며 “현재 매각 부지이기 때문에 폐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래 그 대지를 시에서 인수하려고 했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못했다”며 “노상 주차장을 따로 만든 건 차선책이다. 불법 주차를 근절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조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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