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 인수 · 합병 둘러싼 신경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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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이 첨단기술 기업의 인수.합병(M&A)를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인 AS ML사가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그룹(SVG)을 16억달러에 인수하겠다고 선언하자 미 국방부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 며 제동을 걸었다.

이에 네덜란드 정부는 미 정부에 서한을 보내 깊은 우려를 표시했으며, 유럽연합(EU)의 파스칼 라미 통상담당 집행위원도 미국의 로버트 졸릭 무역대표부(USTR)대표와 폴 오닐 재무장관을 만나 "이 문제를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 며 압박을 가했다.

이 문제는 미국의 11개 정부기관으로 구성된 해외투자위원회가 심사를 한 뒤 부시 대통령이 이들의 의견을 참조해서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돼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해외투자위원회에서 다른 정부 기관들은 인수에 찬성했으나 국방부가 완강히 반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방부는 이 회사가 갖고 있는 기술 중 일부가 첩보위성에 사용되는 것이어서 다른 나라의 손에 넘어가면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방부는 특히 ASML사와 이 회사와 제휴관계인 독일의 칼 차이스가 중국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유럽측은 순전히 안보상의 이유 때문인지, 아니면 미국의 첨단기업이 외국으로 넘어가는데 대한 거부감 때문인지 분명히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도이체텔레콤도 미국 이동통신회사인 보이스스트림(2백60억달러)을 인수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도이체텔레콤은 지난해 7월 인수계획을 발표했으나 ▶대주주가 독일 정부이고 ▶미국의 안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그동안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승인을 받지 못하다가 25일에야 겨우 허락을 받았다. 최종 인수까지는 미국 해외투자위원회의 심사와 부시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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