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도 '상시개혁' 체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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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진 중인 공기업의 2단계 정비계획은 기업.금융 구조조정과 마찬가지로 공공부문에도 상시(常時) 개혁체제를 도입해 공기업 스스로 끊임없이 경쟁력을 높이도록 한다는 취지다.

그동안 한국전력.가스공사.한국중공업 등 주요 공기업의 민영화 계획이 확정.실행되고, 올 2월 41개 공기업 자회사에 대한 민영화.통폐합 계획이 발표되자 정부 일각에선 나름대로 점수를 주기도 했다.

하지만 그 뒤에도 공기업의 문제는 끊이지 않았다. 낙하산 인사 시비를 비롯해 자회사와의 부당 내부거래, 조달.구매.하도급 과정에서의 비리가 불거졌다.

민영화 대상에서 빠진 일부 공기업은 이를 더 이상 구조조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안전 보장' 으로 인식했고, 민영화 대상으로 선정된 일부 기업도 우리사주 제도를 통한 단계적인 지분매각이나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거나 아직 기업가치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주인있는 민영화' 를 가급적 늦추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퇴직금 누진제 폐지나 지나친 복지제도 축소, 감사원 지적사항에 대한 이행 등과 관련해 회사 경영진의 소극적인 자세가 가장 큰 문제" 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올 초 감사원이 지적한 6백62건의 시정조치 대상 가운데 이미 관행화한 ▶노조 전임자 과다 운영▶지나친 주택자금.자녀 학자금 지원 등 1백92건(29%)은 아직까지 시정되지 않았다.

어떤 공기업은 퇴직금 누진제를 폐지하는 조건으로 임금 협상에서 또다른 편법지원을 해 말썽을 빚었다.

지난달 김대중 대통령이 "끊임없는 공공부문 개혁" 을 주문했으며, 이에 따라 기획예산처가 상시개혁 차원의 2단계 정비계획을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2단계 정비계획 중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현재 권장사항인 외부 회계감사 제도를 의무화하는 것이다.

증시에 상장.등록되지 않은 공기업도 올해분 경영실적부터 외부 공인회계사의 감사를 받아 회계처리를 투명하게 하고 그 내용을 내년 초 회계감사 보고서를 통해 공개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인력을 추가로 줄이기 위해 공기업 본연의 업무가 아닌 웬만한 사업은 외부에 위탁하거나 대행시키고, 경영과 직접 관련이 없는 시설.자산을 매각하는 계획은 앞으로 지켜볼 대목이다.

이효준 기자 joon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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