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양궁에 부는 한류, 한국 감독들…어떤 지도 비법 있길래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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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한국시간) 런던올림픽 남자 양궁 단체전 경기가 열린 영국 런던의 로즈 크리켓 그라운드. 한편에 마련된 대형 화면은 경기를 치르는 동안 선수와 코칭스태프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냈다. 미국, 멕시코 등 북중미 국가와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국가 등 백인부터 히스패닉까지 다양한 인종의 선수가 화면에 등장했다. 그런데 그들 뒤로 비치는 감독들은 낯익은 얼굴이 대부분이었다. 자막으로 표시되는 이름도 한국식이었다.

양궁에도 한류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한국인 양궁 지도자를 영입해 한국식 훈련법을 도입하는 게 이제는 일반화됐다. 한국식 양궁 훈련법의 이식이 성적을 끌어올리는 가장 좋아하는 방법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런던 올림픽 양궁에 출전한 국가는 40개국. 이중 한국 감독이 이끄는 팀만 11개다. 로이터 등 외신들이 “런던올림픽에서 한국인 양궁 감독이 미국, 멕시코, 말레이시아, 브라질, 필리핀 등 여러 나라에서 필수품으로 떠올랐다”며 “한국 최고의 수출품 중 하나가 한국 양궁 지도자”라고 할 정도다.

한국을 제외한 4강 진출팀인 이탈리아ㆍ미국ㆍ멕시코 등 세팀 모두 한국인 감독이 이끌고 있다. 금메달을 따낸 이탈리아는 고(故) 석봉근 전 대한양궁협회 고문의 아들인 석동은 감독이 2001년부터 10년 넘게 맡아오고 있다. 준우승팀 미국은 애틀란타 올림픽까지 국가대표를 이끌던 이기식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다.

한국 지도자는 집요하고 고집스러운 지도방식으로 좋은 성적을 이끌어낸다. 대표적인 것이 선수들의 자세를 바로잡는 일이다. 대게 외국 감독들은 어렸을 적부터 몸에 익은 자세를 다시 고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 감독들은 자세 교정에만 몇달씩을 보내면서 선수들의 잘못된 습관을 바로잡는다.

한국식 훈련법에 적응을 하지 못하던 외국 선수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이제는 일취월장 실력이 늘고 있다. 이기식 감독으로부터 7년 넘게 꾸준히 지도를 받은 미국팀의 에이스 브래디 엘리슨은 지난해 국제무대 개인전 금메달을 휩쓸었다. 월드컵 파이널에서는 남자선수 사상 첫 2연패를 달성했다. 미국 대표팀의 제이크 카민스키는 “올림픽을 앞두고 합숙 훈련을 했다. 결혼도 했는데 아내가 아닌 코치와 동료들과 같이 잤다”며 “이렇게 열심히 올림픽을 준비한 것은 처음”이라고 털어놨다.

한국 지도자를 영입하면 공한증을 극복하는데도 효과적이다. 한국팀이나 한국인 지도자가 있는 다른 팀과 맞붙을 때 감독끼리 벌이는 신경전에서도 유리하다. 한 양궁 감독은 “상대 감독이 후배인 경우에는 선수들이 편하게 시위를 당기도록 일부러 '살살해라'는 등의 농담을 던지면서 신경전을 펼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런던=장주영 기자 jy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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