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한라공조 공개매수 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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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자동차 부품업체 한라공조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은 23일 투자위원회를 열고 비스티온의 한라공조 주식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국민연금 측은 “한라공조의 기업 가치와 향후 성장성을 검토해 공개매수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대주주 비스티온의 한라공조 상장폐지 추진은 일단 제동이 걸렸다.

 국민연금은 한라공조 2대 주주(지분율 8.10%)로 이번 공개매수 성패의 키를 쥐고 있었다. 비스티온은 기관투자가와 개인 소액 주주로부터 한라공조 주식을 사들여 지분율을 95%까지 끌어올린 뒤 회사를 자진 상장폐지할 계획이었다. 지난 5일 공시를 통해 한라공조 주식을 주당 2만8500원에 전량 공개매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비스티온은 한라공조 지분 69.99%를 보유한 대주주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당시 한라공조를 인수했다. 한라공조는 자동차용 에어컨과 히터 시스템을 만들어 현대·기아차 등에 공급한다.

 비스티온은 한라공조를 비상장사로 전환하면 경영 효율성을 더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라공조 노조와 산업계 일각에서는 비스티온이 경영권을 장악해 이익을 마음대로 빼가려는 것 아니냐며 국민연금의 공개매수에 반대해 왔다. 국민연금이 한라공조 지분을 외국계 회사에 매각하는 것은 국부 유출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기로 결정한 데 대해 일각에서는 비판론도 일고 있다. 최적의 수익률을 내야 하는 재무적 투자자의 역할을 다하지 않고 정치적 판단으로 좋은 거래를 무산시켰다는 것이다. 이날 한라공조는 전날보다 2.74% 내린 2만4850원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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