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 파생상품 4500조 … 국제문제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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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금융회사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당장 약 4500조원에 달하는 CD와 연계된 파생상품 시장이 문제다. CD 금리가 조작으로 판명되거나 CD 금리 자체가 폐기될 경우 이 시장에 큰 혼란이 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자율 관련 파생상품 잔액은 3월 말 현재 4459조원에 이른다. 그 대부분이 CD에 연동된 것으로 추정된다.

 보통 91일물 CD 금리에 얼마를 더하거나 뺀 것이 이자율 파생상품의 가격이다. ‘기준’ 조작됐다면 가격 자체가 잘못 산정된 것이기 때문에 소송이 봇물을 이룰 가능성이 크다. 또 CD 금리를 폐기하면 기준이 사라지게 돼 값을 매길 수 없게 된다.

 윤영환 신한금융투자 채권분석가는 “CD가 오래 전 ‘죽은 금리’가 됐는데도 버리지 못한 것은 얽힌 파생상품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CD에 연동된 금리 파생상품은 만기 10년, 20년짜리가 수두룩하다”며 “상당 기간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파생상품은 다양한 용도로 쓰인다. 예를 들어 은행의 경우 나가는 돈(대출)의 대부분은 변동금리, 조달하는 돈(회사채·예금)의 대부분은 고정금리다. 그래서 은행은 금리 파생상품 계약을 해 고정-변동금리 간의 불일치로 입을 수 있는 손실을 예방한다. 계약 상대방은 외국 은행이 많다. CD 금리에 문제가 생기고, 그로 인해 기존 파생상품 계약에서 손실을 보는 쪽이 발생할 경우 국제 소송이 빈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그래서 나온다.

 CD 금리 담합 의혹 조사의 여파로 CD 금리는 연일 떨어지고 있다. 91일물 CD 금리는 17일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이후 나흘째 0.01%포인트씩 내려 20일엔 3.21%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전인 11일 3.54%에 비해서는 무려 0.33%포인트 낮아졌다.

 이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짬짜미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광범위하게 조사하고 있으나 밀약 여부를 조기에 결론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위 조사는 일반적으로 수개월 이상 소요되지만, 대상 기업이 많고 당사자가 혐의 사실을 강하게 부인하면 1년을 넘기는 조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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