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부양대책 세부내용과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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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2월 청와대 증권사 사장단 회의 이후 두번째로 4일 증시 부양대책을 내놨다.

올해 초 증시가 급등세를 타다가 침체국면에 빠지자 여당에서는 증시 부양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그러나 정부는 급등에 따른 단기 조정국면일수도 있다고 판단,이를 수용하지 않았으나 종합주가지수 500선이 붕괴될 조짐이 보이자 결국 다시 '개입'의 길을 택한 것이다.

연기금 추가 동원과 세제혜택 강화로 요약되는 이번 증시 부양대책은 그동안 당정에서 꾸준히 검토돼오던 수단들 가운데 현시점에서 당장 발표할 수 있을만한 것들을 모아 구체화한 것이다.

▲연기금 추가 동원= 지난해 말 정부는 증시 침체를 타개하기 위해 연기금 전용펀드를 조성하는 등의 방법으로 지난 1분기(1-3월)까지 모두 3조원의 연기금을 증시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연기금 동원은 지난해 말 종합주가지수 500선 방어에 큰 역할을 했고 급할 때마다 증시에 심리적 안정을 주는데도 어느정도 기여했다.

그러나 최근들어 미국,일본 경기의 악화에 따라 국내 경기회복도 지연될 가능성을 보이면서 증시가 다시 급락세를 보였고 정부가 믿었던 연기금들은 손실을 우려,당초 계획했던 주식투자계획을 연기했다.

결국 목표액 3조원 가운데 연기금 전용펀드 조성액 2조2천억원을 비롯해 2조7천억원 가량만이 투입된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이날 협의회에서 이달 초 안에 연기금 전용펀드를 8천억원 증액해 조성규모를 3조원으로 늘리고 하반기에 중소기금들의 공동 주식투자펀드인 인베스트먼트 풀(Investment Pool)을 3조원대로 구성,올해 총 6조원의 투자여력을 확보하기로 결정했다.

기존 연기금전용펀드 조성액 2조2천억원을 제외하면 3조8천억원의 연기금 신규 주식투자 여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구상대로 연기금이 순순히 따라줄지는 미지수다.

미국,일본 경기가 급격히 하강하고 이에 따라 해외 증시의 침체가 지속될 경우 연기금이 지난번처럼 주식투자 계획을 늦출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보장성 연기금의 경우 손실에 따른 사회적 비난 여론을 감수하기 어려운 분위기인 점도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재경부 관계자도 '연기금에 대해 주식투자를 강제할 수 없는 만큼 지속적으로 설득작업을 펴겠다'고만 밝혔다.

정부는 또 이번에 연기금의 주식양도 차익에 대해 법인세를 면제해주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정부가 운영하는 연기금의 경우 '정부가 정부에 대해 과세할 수 없다'는 세법 원칙에 따라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법인세 과세는 면제되고 있지만 민간 운영 연기금에 대해서는 주식양도차익의 50%에 한해 법인세 비과세 혜택을 주고 있다.

따라서 사학연금 등 민간 운영 연기금에는 세제혜택이 두배로 강화되는 셈이다.

하지만 국민연금과 우체국보험기금,군인연금,공무원연금 등 대규모 연기금의 상당수가 정부 운영 기금이어서 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장기투자자에 대한 세제지원 강화= 장기주식투자자에 대해 세제지원을 강화함으로써 증시의 급변동을 막고 안정적인 수요기반을 확대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장기주식투자에 대한 세제지원은 당초 정부가 고려했던 안보다 더욱 강화됐다는 평가다.

현재 3년으로 돼 있는 장기주식투자의 기준을 2년 정도로 완화하는 방안을 고려했으나 한단계 더 나아가 1년으로 낮췄고 배당소득세율도 현행 10%에서 5% 정도로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하다 아예 비과세로 전환했다.

또 분기배당제도를 신설해 배당목적으로도 주식을 투자할 수 있는 유인을 만들었다.

현재는 기업들이 1년 또는 반기 배당만을 실시하고 있는데 반기별로 회계감사인의 검토의견을 받아 배당하도록 하면 최소한 은행금리보다는 배당이익이 높게 형성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배당투자가 촉진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기대다.

하지만 경기전망이 불투명하고 증시의 변동성이 커진 상태에서 과연 이같은 대책들이 즉효를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도 만만치 않다.

장기투자를 했다가 큰 손실을 입었던 투자자들과 단기투자 패턴에 익숙해진 데이트레이더들이 세제지원과 배당을 받겠다고 부담을 무릅쓰고 장기투자에 나설 가능성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서울=연합뉴스) 추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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