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공조 상장폐지 추진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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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자동차부품회사 한라공조의 대주주인 비스티온이 한라공조의 상장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한라공조 지분 69.99%를 보유한 대주주 비스티온은 이 회사의 나머지 주식을 공개 매수한 뒤 회사를 상장 폐지하겠다고 지난 5일 밝혔다. 이를 놓고 경영효율성을 높여 기업을 더 키우겠다는 대주주 쪽 주장과 알짜 토종기업의 이익을 마음대로 빼가려는 것 아니냐는 노조 측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미국 기업인 비스티온은 세계 주요 자동차부품업체 중 22위다.

 비스티온 측은 상장 폐지 이유로 경영 효율화를 꼽았다. 비스티온 관계자는 “한라공조를 비상장사로 전환하면 더욱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고, 경영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며 “고객 회사에 제때 좋은 품질의 부품을 대려면 시장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는데, 상장기업으로서 공시의무 이행 같은 절차를 밟다 보면 적기를 놓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스티온은 상장 폐지 후 한라공조 설비에 5000만 달러(약 550억원)를 투자해 글로벌 연구개발(R&D)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발표했다. 한라공조는 자동차용 에어컨과 히터 시스템을 만들어 현대·기아차 등에 공급한다.

 이에 대해 한라공조 노조는 “상장 폐지를 추진하는 것은 외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알짜기업인 한라공조의 이익을 빼가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또 상장 폐지 후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의 가치를 올린 뒤 다른 자본에 팔아버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비스티온은 20일까지 기관과 개인투자자가 보유한 주식 30%를 주당 2만8500원에 전량 공개 매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가격으로 주식을 공개 매수하는 데 들어가는 금액은 9131억원으로 추산된다. 비스티온은 인수자금 9150억원을 KB국민은행에서 빌렸다. 인수할 기업의 자산 등을 담보로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려 인수합병(M&A)하는 차입매수(LBO) 방식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공개매수에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차입금 부담은 인수 뒤 한라공조에 떠넘겨질 것으로 보인다.

 한라공조는 외환위기 때 한라그룹에서 분리돼 매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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