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골프 선수들 "협회 집행부 벌 받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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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걱정을 넘어 분노로 치달았습니다.”

선수들이 나섰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의 집안 싸움을 더 이상은 지켜 볼 수 없다는 거다. 이인우(현대스위스금융), 홍순상(SK텔레콤), 김대현(하이트진로), 박상현(메리츠증권) 등 KPGA의 간판 스타들은 1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KPGA 현 집행부 사퇴 및 조속한 회장 선거 개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선수회 대표 이인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 집행부를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김학서 회장 직무대행자 및 집행부는 전윤절 전 감사원장 회장 취임 절차에 위법을 저질렀고 스폰서와의 관계 악화, 무리한 협회 재산 취득 시도 등 문제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회원들의 허락 없이 수억원대의 회관을 매입하고 거짓말을 일삼았다”며 조속한 사퇴를 요구했다.

특히 선수회는 협회의 독단적인 재정 운영을 꼬집었다. 이인우는 “협회 집행부가 무리하게 건물을 샀는데 7월 9일 부로 150억원의 건물 매입 대금이 모두 지급됐다”며 “지금 꼭 이렇게 협회의 모든 자산을 털어 건물을 매입했어야 했냐”고 말했다. 그는 또 “150억원 중 50억 가까이는 상조 및 장학기금이다. 이 돈은 우리 회원들이 만 60세가 됐을 때 수령하는 회원들의 상조 기금이라 쓰면 안 되는 돈”이라며 “협회 통장 잔고는 거의 0원이 됐고 50억원의 빚을 지게 됐다”고 주장했다.

KPGA는 올해 초부터 회장 선임과정에서 내부 분열이 일어 진통을 겪어 왔다. 우여곡절 끝에 전윤철 전 감사원장이 회장으로 취임했지만 회장 선출 과정에서 절차상의 문제가 드러나 법원의 회장 직무집행정지 처분이 내려졌다. 지난 3일에는 일부 회원들이 회관 매입에 항의하기 위해 이사회 회의장을 찾아가자 집행부가 30여명의 용역 업체를 동원해 살벌한 대치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 회장은 4일 “협회가 점점 내분에 쌓여 회장직을 더 이상 맡기 어렵다”며 사퇴를 선언했다.

협회 김정석 법무 감사는 “동부지검에 이사회 원인 무효 소송과 횡령, 배임에 대해 현 집행부를 고발할 예정”이라며 “골프는 원칙과 정도를 지키는 스포츠다. 더 이상은 좌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협회는 이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오세진 기자 seji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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