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GA, 집안 갈등 '일촉즉발'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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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분열로 진통을 겪고 있는 한국프로골프협회(KPGA)가 일촉즉발(一觸卽發) 직전까지 갔다. 협회 회관 매입에 관해 선수회 등 회원들이 크게 반발하면서 양측 간의 갈등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협회는 3일 서울 석촌동 협회 사무실에서 이사회를 열고 회관 매입 여부를 승인했다. 협회가 매입하려는 건물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위치한 150억 원짜리 건물로 알려졌다. 협회 집행부는 이미 31억 4500만원의 계약금을 지불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선수회와 고문단 등 80여명의 회원들은 회의장 앞에서 회관 매입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이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협회 집행부는 회원들의 회의장 출입을 막기 위해 용역 업체 직원 30여명을 동원했다. 항의를 위해 모인 회원들은 “내 집에 내가 들어간다는데 무슨 자격으로 막느냐”며 실랑이를 벌였다.

이들은 “150억원이란 거액의 협회 기금이 회원들의 허락 없이 건물 매입에 독단적으로 사용됐다”며 “이사회가 절대 승인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프로 골퍼 김종덕(나노소울)은 “오랫동안 한국의 골퍼들이 애써서 모아온 기금을 회원들의 뜻과는 상관없이 일부의 결정으로 사용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선수회 대표 이인우(현대스위스)는 “절차상의 문제도 문제지만 상반기에 협회에서 주관한 대회는 단 1차례 뿐”이라며 “투어의 정상적인 운영보다 건물 매입에 힘을 쏟는 협회 집행부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학서 회장 직무 대행은 “회관 매입은 오래 전부터 추진해온 숙원사업이었다”며 “현재 회장이 업무정지를 받아 직무대행을 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회관건립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전 집행부에서 추진하던 회관 매입을 이번 이사회에서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현재 협회 집행부는 김학서 회장 직무 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 3월 29일 대의원 총회에서 전윤철 전 감사원장은 회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일부 회원들이 대의원총회가 아닌 회원총회에서 회장을 뽑아야 한다며 전 회장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직무집행이 정지됐다.

회관 매입에 반대하는 선수회와 고문단은 “회장이 법원으로부터 직무 정지를 받은 상황에서 회장 직무 대행은 어떤 사업도 벌일 수 없다”며 “이날 이사회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또 “대의원 총회를 소집해 현 집행부를 사퇴시키겠다”고 덧붙였다.

오세진 기자 seji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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