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한국 수출구조 위험도 따져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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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0년간 한국의 수출품목은 그런 대로 구색을 갖춰왔지만 수출지역은 다소 취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동남아나 아프리카처럼 안정성이 떨어지는 지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다 보니 수출이 수시로 영향을 받을 리스크가 문제라는 것이다.

한국무역협회는 1960~9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회원국 수출입 통계를 기초로 수출시장에서의 품목별.지역별 성장성과 안정성을 분석한 '국별.산업별 수출산업의 변동성' 보고서에서 "한국 수출산업은 그동안 기술집약.고성장.저위험산업으로 비교적 성공적으로 위험을 분산했다" 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수출상품은 비교적 구색이 잘 갖춰져 경기변동에 따라 영향을 받는 위험도가 미국.일본 등 선진국보다 높지만 대만.중국.홍콩 등 경쟁국에 비해서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 수출상품 위험도는 작아〓90년대 후반 한국 수출품목의 위험분산지수(일본〓100)는 107로 독일(88.8).미국(106.4)등 선진국보다는 위험도가 높지만 중국(133.4).홍콩(133.2).대만(157.6)보다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위험분산도 지수는 ▶수출품목의 다양성▶경기변화에 대한 민감성▶품목별 위험도 등을 종합해 점수를 매긴 것이다.

90년대 후반 한국수출은 반도체.컴퓨터 등 경기에 민감해 안정성이 떨어지는 품목의 수출비중이 커져 위험도가 다소 높아졌다. 그러나 다양한 수출상품들이 서로 다른 경기변동 패턴을 보이면서 완충역할을 해 위험을 축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수출상품이 점차 다양해지면서 위험분산이 빠르게 진행돼 지수도 빠른 속도로 낮아지고 있다. 반면 대만은 산업구조가 안정성이 떨어지는 반도체를 비롯한 정보기술(IT)산업으로 재편되면서 상품구성의 위험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0년간의 산업별 안정성을 분석한 결과 유무선통신기.자동차.전기기기.정밀화학 등 기술집약 산업은 경기변동에도 안정적이고 빠른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반도체.컴퓨터 등은 성장기에는 고도성장을 보이다 경기가 침체되면 곤두박질치는 등 기복이 심한 품목으로 분류됐다.

◇ 수출지역은 개선해야〓한국은 주요 수출시장에 대한 위험분산이 잘 안돼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OECD 회원국 중 수출대상 지역의 위험분산도 지수(일본〓100)가 중국(123.9)에 이어 2위(119.7)를 기록했다. 또 한국의 주 수출시장의 위험도는 90년대 후반기 들어 해마다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수출시장 다변화에 따라 수요의 기복이 심한 동남아나 아프리카 지역 수출비중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40년간 지역별 연평균 성장률은 아시아(평균 13.5%)와 아프리카(11.4%)시장이 가장 높았지만 이들 지역은 수요와 성장률의 기복이 심해 안정성에서는 떨어졌다. 반면 북미나 유럽은 성장률은 떨어지는 반면 수요가 꾸준한 성장률을 보여 안정성은 높은 시장이다.

보고서는 "기존 수출지역 다변화 정책이 거래국가의 수를 확대하는 평면적 정책으로 일관해 시장의 안정성을 떨어뜨렸다" 며 "앞으로는 시장별 수요변동 등 안정성을 고려한 시장 개척이 필요하다" 고 지적했다.

◇ 기술집약산업이 성장엔진〓무협의 박진달 기획조사팀장은 "분석 결과 세계무역시장은 전기기기.정밀화학.자동차 등 기술집약산업이 지속적인 성장을 이끈 반면 신기술 산업은 수명주기가 짧고 수요변화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며 "앞으로도 기술집약산업이 수출시장의 성장엔진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조홍래 이사는 "아시아시장 의존도가 높고 상품구성면에서는 위험분산이 잘 돼 있다는 것은 수출시장에서 중급 기술산업에 의존하고 있다는 의미" 라고 말했다.

양선희 기자sun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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