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석 깨는 충격파로 오십견 치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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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정형외과 금정섭 과장이 체외충격파로 어깨 질환을 치료하고 있다.

회사원 김모(40)씨는 팔을 들어올릴 때면 어깨가 아파 비명을 지른다. 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은 숙면을 방해하기도 한다. 가까운 병원에서 X선 촬영 진단을 받았지만 이상이 없어 물리치료와 약을 복용했다. 하지만 효과는 그때뿐이었다. 최근 관절전문병원을 찾은 김씨는 초음파 등 정밀검사를 통해 어깨 석회화건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건염은 이름 그대로 건(힘줄)이나 인대에 염증이 생긴 것이다. 이 같은 어깨질환은 레저활동이 늘어나면서 증가 일로다. 지난해 210만 명이 어깨 통증으로 병원을 찾았고, 그 숫자는 매년 8∼9%씩 증가하고 있다.

 염증은 관절부위라면 어디든 올 수 있다. 팔꿈치에 오면 내측 또는 외측 상과염(테니스 또는 골프 엘보), 무릎에 생기면 점퍼의 무릎(Jumper’s knee)으로 불린다. 또 팔목에 오면 팔목 건초염, 발바닥에 생겼을 때는 족저근막염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관절의 퇴행성 변화 때문이다. 40대면 인대와 힘줄이 노화돼 약해지고, 이 부위가 반복되는 자극이나 갑작스러운 충격에 손상을 받아 염증이 생기는 것이다. 건이 닳아서 얇아지고 심지어는 파열까지 일어난다.

 과거에는 이 같은 관절질환은 난치에 속했다. 단순 X선 촬영만으로 정확하게 진단되지 않은 데다 물리치료나 진통소염제만으로는 치료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초음파나 MRI(자기공명영상촬영)가 개발돼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다.

 치료 쪽도 괄목할 만한 발전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치료법이 ‘체외 충격파’ 시술이다. 체외충격파(ESWT) 치료는 몸 밖에서 충격파를 통증 부위에 가해 혈관 재형성을 돕고, 주위 조직을 활성화하는 시술. 충격파가 석회화된 조직을 깨면서 혈류량을 늘리고, 그 결과 콜라겐 섬유 등 관절 조직이 빠르게 재생된다는 원리다.

 제일정형외과병원 금정섭 원장은 “종래 신장결석이나 담석을 깨는 치료법으로 도입됐지만 최근 정형외과에서 다양하게 활용한다”며 “석회화건염·회전근개파열·족저근막염·슬개골건염은 물론 오십견·테니스엘보 등 팔꿈치 질환에도 좋은 효과를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체외충격파 시술은 처음 국내에 들어왔을 때는 1회에 20~30분씩 걸렸지만 최근엔 통증 부위에 따라 5분까지 짧아졌고, 기존 치료의 단점으로 지적됐던 압통도 줄었다”고 덧붙였다.

 시술 시간은 5~15분, 1주일 간격으로 4~6회 치료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체외충격파의 적응증도 크게 늘었다. 금 원장은 “요즘엔 발목 인대 및 연골 손상 등 거의 모든 근골격계 질환 치료에 적용할 뿐 아니라 근막통증후군에 의한 목·허리의 만성통증을 개선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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