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수능 1등급이 가던 등록금면제 학부 개설 3년 만에 폐지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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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대학 측이 학생과 학부모를 속인 겁니다. 학생의 장래가 걸린 문제를 어떻게 이렇게 처리할 수 있습니까.”

 경북대 글로벌인재학부 1학년 학부모인 남성현(53)씨는 17일 “우리 아이는 대학 측의 약속을 믿고 경북대를 선택했다. 개설 3년 만에 학부를 폐지하겠다니 이럴 수 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경북대의 학사조직 개편안에 대한 학생·학부모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경북대는 일부 학과의 폐지·통합 등을 담은 ‘학사조직 개편 연구보고서’를 지난달 말 발표했다. 개편안에는 ▶글로벌인재학부 폐지 및 자율전공부로 통합▶사범대 독어·불어교육전공의 인문대 통합 등 11개 항이 들어 있다. 대학 측은 “글로벌인재학부는 고비용 저효율 구조여서 폐지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사범대 독어·불어전공은 수년간 임용고사가 없어 통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중 글로벌인재학부의 폐지가 지역사회의 현안으로 등장했다. 이 학부는 인재의 서울 유출을 막겠다는 의도로 2010년 개설됐다. 입학생 전원에게 입학금과 4년간 등록금을 면제하고 기숙사를 제공하는 등 파격적인 혜택을 주고 있다. 그런 만큼 학생들의 수능성적이 평균 1.3등급이다. 학부모와 학생들은 대학이 재정난을 이유로 글로벌인재학부를 희생시키려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 측의 ‘고비용 저효율’ 주장에 대해서는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졸업생을 배출하지도 않은 마당에 효율을 따지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한다. 한 학부모는 “3년 전 전임 총장이 이 학부는 절대 폐지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며 “국립대인 경북대가 학생들에게 사기를 친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학부모들은 7일 대학 교무처에 의견서를 내고 글로벌인재학부의 폐지안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학생들도 반발하고 있다. 학생 대표인 허민영(21·3년)씨는 “학교가 학생 의견을 수렴하지도 않은 채 비민주적으로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며 “학부가 없어지면 사회에 나가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민들도 우려를 나타낸다. 고교생을 둔 학부모 정모(46·여)씨는 “지역거점 대학인 경북대가 지역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약속을 팽개치는 행위”라며 “시민에게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 측은 글로벌인재학부에 대한 과도한 지원으로 재정 부담이 커지는 데다 다른 학부(학과)에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해 통·폐합을 검토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자연계열 학생 모집이 제대로 되지 않아 정원이 조정되는 등 학부가 파행적으로 운영되는 것도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경북대 박한배 기획부처장은 “학생·학부모의 의견을 수렴한 뒤 다음달 초 개편 방향을 확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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