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 교수가 쓴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중앙일보

입력

"나에겐 소박한 신념이 하나 있다. '알면 사랑한다'는 믿음이다. 동물들이 사는 모습을 알면 알수록 그들을 더욱 사랑하게 되는 것은 물론 우리 스스로도 더 사랑하게 된다는 믿음으로 이 글을 썼다." 동물생태학 전공인 저자 최재천 교수(서울대 ·47)의 말속에 과학자의 언급을 넘어 인문의 향기가 맡아진다.

최교수는 우리 자연과학계에서 보기 드문 대중적 스타다. 이미 EBS 강연과 전작 〈개미 제국의 발견〉(사이언스북스)에서 보여준 간결하면서도 절제된 수사가 신간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효형출판, 8천5백원)에서도 녹아있다.

이 책은 15년간 미국에서 공부하고 가르치다 지난 95년 귀국한 후 써온 짧은,그러나 신뢰할 만한 글을 보완해 낸 책이다.

- 간결 명쾌한 문체가 글 자체를 읽는 재미도 준다. 시인과 조각가를 꿈꾸던 젊은 시절의 영향일까?

"사춘기 시절의 글쓰기로는 이렇게 쓰지 못했을 것이다. 하버드대학 지도교수의 영향이 컸다. 그는 교수로 부임한 후새로 가정교사를 두고 글쓰기 연습을 했다. 과학자의 명쾌한 글쓰기 전범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 '동물'인 인간이 사회를 이루어 사는 모습에 대해 던지는 따끔한 한방으로 여겨지는데...

"동물의 세계를 관찰하다 보면 동물인 인간의 모습이 보인다. 인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등하다고 여겨지는 동물이지만 알고보면 동물사회가 더 진보적이고 과학적이며, 또 더 따뜻하고 신의가 있는 곳일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 흥미롭다. 예를 들어준다면.

"북미에 서식하는 어느 물고기의 수컷들은 서로 남의 물고기 알을 데려다 키우려고 다툰다. 알을 보호하고 있는 수컷을 암컷들이 선호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입양'인 셈이다. 또 꿀벌사회에선 민주정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 과장이 아닐까 싶다.

"아니다. 아침마다 꿀을 찾아나선 20여마리의 정찰벌들이 제각기 춤을 추는 모습은 우리의 선거유세장을 방불케한다.어수선한 과정속에 점차 가장 좋은 꿀을 발견한 정찰벌 주변에 벌들이 모이고, 어느 순간부터는 전 군락의 일벌들이 그 정찰벌이 발견한 꿀이 있는 곳으로 함께 일을 나간다. 여왕벌과 상관없이 민중의 뜻만이 있을 뿐이라고 나는 본다."

- 책에 보니 레즈비언에 관한 얘기도 있던데.

"고릴라나 침팬지 같은 영장류에서 동성애행위가 관찰된 것은 오래 전 일이다. 동물세계에서 동성애에 관한 예들만 모아놓은 책이 작은 백과사전 분량은 된다."

- 책 말미에 '자연에게 써 올린 반성문'이라는 표현이 눈길을 끈다.

"우리와 가장 진화적으로 가까운 동물인 침팬지와 보노보 사회에서 혈통은 암컷으로 이어진다. 동물사회에서 진정한 의미의 부계란 찾을 수 없다. 자연계는 언뜻보면 약육강식의 비정한 세계다. 하지만 인간에 버금가는 지능을 지닌 고래들의 사회는 다르다. 그들은 거동이 불편한 동료를 결코 나 몰라라 하지 않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