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코 세번 불허 … 결국 검찰 간 구청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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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16일 울산 북구 진장동 코스트코 건립 공사현장에서 작업 인부들이 가림막을 제거하고 있다.

울산에는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 14개의 대형할인점이 있다. 이 대형할인점의 공세 속에서 2400여개의 ‘동네 슈퍼’가 버티고 있다. 이런 가운데 15번째 대형할인점 ‘코스트코’ 울산 북구점이 7월 문을 열 계획이다.

 이 코스트코 때문에 윤종오(49·통합진보당) 울산 북구청장이 난처해졌다. 윤 구청장이 법적인 문제가 없는 코스트코 개점을 1년간 직권으로 막았다는 고발장이 검찰에 접수된 탓이다.

 검찰이 직권남용 혐의를 받아들여 윤 구청장을 기소하고, 법원이 금고이상의 실형을 최종 확정한다면 구청장의 직무는 정지된다. 대형할인점을 막으려다 자칫 옷을 벗어야 할 처지에 놓일 수 있는 셈이다. 도대체 어떤 사연이 있었던 걸까.

 지난 2010년 초 북구 진장동에 땅(3만1098㎡)을 가진 지주 80여명은 코스트코를 유치하기 위해 ‘진장유통단지사업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조합은 이 땅에 건물을 지으면 코스트코가 임대형태로 들어온다는 약정을 맺었다.

 이어 지주들은 북구청에 전체면적 1만3223㎡(지상 2층)의 상업용 건물 건축허가를 신청했다. 1층은 판매시설, 2층은 옥상 주차장으로 설계했다. 이 땅은 2000년 7월 울산시장이 대규모 점포용지로 지정한 곳이다. 대형할인점이 합법적으로 들어올 수 있다.

 그러나 윤 구청장은 2011년 8월까지 조합의 허가를 세 차례 반려했다. 조합은 행정기관으로부터 위법·부당한 처분을 받았을 때 억울함을 호소하는 행정심판을 울산시에 요청했다. 지난해 9월 행정심판위원회는 “ 건축법상 결격사유가 없다”며 건축허가를 내줬다. 최종허가는 행정심판위 명의로 나갔다.

  조합은 직권남용 혐의로 윤 구청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북구청을 상대로 1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도 냈다. 울산지검은 지난 9일 윤 구청장을 처음 소환 조사했다.

 소환 조사가 있자 동네 상인들은 자신들의 생존권을 지켜주려던 구청장을 돕겠다며 서명운동에 나섰다. 500명의 서명을 목표로 뛰어 다니고 있으며 16일까지 200여명 참여했다. 대규모 집회도 준비하고 있다.

 시민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최선웅(48·남구 신정동)씨는 “상인들의 표를 의식하다가 고발을 당한 것 같다”고 했지만, 이상범(56·중구 성안동)씨는 “상인을 지키기 위한 소신행정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윤 구청장의 기소 여부는 2주일 뒤인 이달 말쯤 확정될 예정이다. 조합이 북구청을 상대로 낸 1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 심리는 다음달 20일 울산지법에서 열린다.

김윤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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