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이정희’ 김재연 앞세워 … 당권파 “총사퇴 않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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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심상정·유시민 공동대표(앞줄 왼쪽 둘째부터) 등과 운영위원들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 릴 예정이던 전국운영위원회의에 참석하려 하자 당권파 당원들이 가로막고 있다. [뉴스1]
김재연

4일 오후 2시부터 5일 오후 11시까지 33시간의 통합진보당 마라톤 전국운영위(운영위)에서 마침내 비례대표 후보 전원의 사퇴를 의결했다. 비당권파인 유시민·심상정·조준호 대표가 5일 포털사이트 ‘다음’에 임시로 개설한 카페에서다. 운영위원 50명 중 비당권파 28명이 투표에 참여, 만장일치로 안건을 처리했다. 국내 정당 사상 초유의 방식이다.

 사실상 당권파인 경기동부연합의 이석기(50·비례대표 2번)·김재연(32·비례대표 3번) 당선인이 타깃이었다. 하지만 6일 당권파로 분류되는 김재연 당선인은 기자회견을 열어 ‘사퇴불가’ 입장을 밝혔다. “운영위의 결정은 ‘권고사항’일 뿐”이라면서다. 당권파인 이의엽 선대본부장, 우위영 대변인 등과의 회의 후 나온 결론이다. 이날 이석기 당선인은 여전히 물밑에서 잠수를 탔다. 대신 ‘루키’인 김 당선인을 통해 당권파는 재반격을 시도했다.

 통합진보당 청년비례대표 경선은 소스코드 변경이 드러나는 등 부정선거의 도화선이 됐다. 그럼에도 김 당선인은 “저는 합법적이고 당당하다”고 강조했다. 대일외고를 나와 한국외국어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김 당선인은 이석기 당선인의 후배다. 이 당선인은 외대 용인캠퍼스 82학번이다. 경기동부연합이 차세대 여성리더로 키우는 김 당선인은 ‘제2의 이정희’라는 별칭도 있다.

  여섯 번의 정회·휴회, 네 번의 회의장소 변경 속에 진행된 운영위에서도 당권파는 이미 드러난 ‘팩트’조차 인정하지 않았다.

 운영위 의장을 맡은 이정희 대표는 의장 신분으로 필리버스터(의사진행 방해)를 행사하다 5일 오전 7시쯤 의장 자리를 던졌다. 그는 “국민들을 두려워하는 것만큼 당원들을 두려워해야 한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장직을 물려받은 유 대표가 비례대표 사퇴 안건 표결 등을 시도하려 하자 당권파 위원들은 표결을 저지했고, 유 대표가 오전 8시반쯤 정회를 선포하고 회의장을 나서려 하자 수십 명이 에워싸고 “이 당을 누가 만들었는데”라고 소리를 질렀다. 운영위 의결을 전후해 비례대표 1번 윤금순 당선인에 이어 나순자(8번), 이영희(11번), 윤난실(13번) 후보 등이 사퇴를 선언했다. 사실상 이·김 당선인만 남았다. 그러나 경기동부연합은 당 최고의결기구인 중앙운영위가 12일 다시 비례대표 사퇴를 의결하더라도 버텨보겠다는 생각임을 김 당선인을 통해 보여줬다.

강인식·류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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