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서산농장 처분도 쉽지 않네"

중앙일보

입력

서산농장을 매각해 수천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려는 현대건설의 자구방안이 꼬이고 있다.

현대는 서산농장 가운데 목장 1백만평을 뺀 3천만평을 일반인에게 파는 것을 전제로 매각대금 담보부채권 발행 계획을 세웠다.

현대건설은 필지별 분할매각 방침이 알려진 지난 6일부터 인터넷 접수를 포함한 매수 신청자가 6백명을 넘었고, 매수희망 면적도 지난 8일 현재 5천1백만평에 이른다고 밝혔다.

현대는 이에 고무돼 금융권과 접촉하며 돈을 빨리 마련하는 방안을 찾았다. 들어올 매각자금을 담보로 채권을 발행해 금융권에서 먼저 돈을 끌어내겠다는 생각이었다.

이를 토대로 여러가지 방안이 나왔다. 7일 사모사채 발행 계획을 세웠다가 무산됐다.

8일에는 기업어음(CP) 발행을 검토했다가 밤에 매각대금 담보부채권 발행을 전제로 국민은행으로부터 3천억원을 오는 15일까지 조달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국민은행이 미처 검토도 하지 않았고, 수익성 분석.이사회 의결 등을 거쳐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로워 이 또한 포기했다.

현대는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연말까지 1조5천억원 규모의 부채를 줄이는 자구계획에 서산농장이 효자 노릇을 할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정작 시행하려니 곳곳에 걸림돌이 있어 매각방안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현대건설로선 개인에게 필지별로 일일이 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개별 필지별로 팔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절차도 복잡하다.

당사자와 일일이 접촉해야 하고 부동산 매매거래 특성상 한두달 안에 잔금을 받기가 쉽지 않다.

농지법상 사려는 사람은 농민이거나 현지에서 농사를 지을 의사가 있어야 매각할 수 있다.

현대건설은 가격.조건.위치 등을 구체적으로 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3천만평이나 되는 땅을 수요자가 원하는 만큼씩 쪼개고 일일이 흥정하는 작업이 보통 일이 아니어서 연말까지 팔기에는 시일이 너무 촉박하다.

당장 큰 돈이 필요한 현대건설로선 답답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도 정주영(鄭周永)전 명예회장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서산농장 매각에 기대를 거는 것은 다른 뾰족한 자구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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