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 주총데이 … 소액주주 ‘반란’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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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수퍼주총데이’의 이변은 없었다. 672개 상장사가 23일 주주총회를 열었다. 불투명한 경영에 불만을 토로하거나 배당을 높여달라는 소액 주주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의결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최태원(52) 회장과 최재원(49) 수석부회장이 재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열린 SK의 주총에서는 30분여 만에 모든 안건이 통과됐다. 앞으로 이사회 소집 없이 대표이사가 사채 발행 규모와 시기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2009년 3월 사내이사로 선임됐던 최재원 수석 부회장은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상장폐지 실질심사 논란이 있었던 한화의 주총에서도 이사 책임한도를 경감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안 등 모든 안건이 큰 반발 없이 통과됐다. 한화케미칼 주총에서는 김승연(60) 회장이 사내이사에 재선임됐다. 김 회장이 형사재판을 받고 있어 재선임 반대 목소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한편 김승연 회장은 이날 한화증권 보유지분 전량(32만 주, 0.39%, 13억원어치)을 매각했다. 그룹 계열사인 한화타임월드가 전량 인수했다. 재판 중인 횡령·배임 혐의가 대주주 결격사유로 작용해 한화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의 인수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배임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선종구(65) 회장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하이마트 주주총회에서는 언론에 보도된 선 회장의 의혹 등을 추궁하는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터져나왔지만 2011년도 재무제표 승인 등 공지된 안건이 모두 처리됐다. 최대주주인 유경선(57) 유진기업 회장은 이사회 의장 자격으로 총회를 진행하면서 “하이마트를 공동 매각하겠다는 입장은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유진그룹과 하이마트는 지난해 12월 1∼3대 주주의 보유지분 전량을 공동으로 공개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매각되는 하이마트 지분은 최대주주인 유진기업(31.34%), 선 회장(17.37%), 에이치아이컨소시엄(8.88%) 등을 합쳐 57.59%다. 관계사 보유분까지 포함하면 62.5%에 이른다. 소액주주들이 “미래성 없는 사업에 회사 이익을 투자하기보다 배당을 더 하라”고 요구하며 마찰을 예고했던 삼천리 주총에서는 표 대결 끝에 현 경영진의 결정이 받아들여졌다. 소액주주들이 제안한 배당 1만원이 무산되고 경영진이 제시한 3000원이 선택됐다.

 한미약품 지주회사인 한미홀딩스는 사명을 한미사이언스로 변경하는 안을 승인했다. 주식 유동성을 강화하기 위해 주당 2500원인 액면가액을 500원으로 분할하는 안건도 의결했다. 하이닉스반도체도 SK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이후 첫 주총을 열고 사명을 SK하이닉스로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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