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체전] `우정.페어플레이.원칙없는 해외동포경기'

중앙일보

입력

조국애를 키우고 친목을 도모한다는 전국체전 해외동포 경기의 고상한 취지는 퇴색되고 페어플레이정신은 사라진 해프닝이 축구경기에서 발생했다.

제81회 부산전국체육대회에서 번외경기로 치러진 재외동포 축구에서 무자격선수 출전을 둘러싼 시비가 벌어져 긴 논쟁끝에 경기는 무산되고 거액을 들여 그리던 고국을 찾은 동포선수들은 쓴 가슴을 안고 돌아가게 된 것.

특히 경기를 주관하는 대한체육회는 문제의 신속한 해결은 커녕 뒤늦게 정치적인 타협안을 제시하는 등 사태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가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웃지못할 해프닝은 13일 부산상고에서 토너먼트 1회전을 앞두고 재미동포팀이 재호주팀 선수들의 여권을 확인, 부정선수가 있는 지 여부를 가릴 것을 주최측에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규정상 재외동포선수들은 6개월 이상의 출전국체류를 증명할 수 있어야 하며 상대팀이 자격여부를 확인할 것을 요구할 경우 주최측을 통해 확인절차를 거칠 수 있다.

재호주팀이 여권을 휴대하지 않아 경기는 미뤄졌고 체육회측은 재미팀의 요구에 따라 이날 밤 재호주팀 여권을 확인한 결과 당초 신청한 출전명단에 없는 선수 1명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규정에 따라 곧바로 재호주팀을 실격처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체육회는 친선경기임을 감안, 경기를 치를 것을 종용했지만 재미측은 이를 거부함에 따라 14일 체육회소청위원회에까지 회부된 것.

체육회는 또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회의결과와 상관없이 일단 경기할 것을 요구했지만 재미팀이 이를 거부하자 결국 심판은 재미팀의 기권패를 인정했고 한참 뒤 체육회는 호주팀에도 실격패를 선언, 5만달러 이상씩의 경비를 들여 고국을 찾은 양팀선수들이 공한번 차지 못하고 돌아가야하는 처지가 됐다.

고국에서 만난 양팀은 오가는 욕설속에 친선은 온데간데 없이 쓸쓸히 경기장을 떠났고 이날 저녁 열린 재외동포 만찬장에서 재호주선수들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 끝내 앙금을 씻지 못하는 불상사까지 생겼다.

상황이 이 지경이 된데는 우선 무자격선수를 출전시킨 재호주팀의 실책과 `욕심(?)', 재미국팀의 용서하지 못하는 자세가 발단이 됐지만 체육회는 무원칙한 태도와 늑장 대응으로 사태를 악화시키고 말았다.

오랜만에 찾아온 고국에서 얼굴을 붉히며 낯뜨거운 추태를 보인 선수들이나 사태를 진정시키지 못한채 악화시킨 체육회는 모두 `굳센 체력, 알찬 단결, 빛나는 전진'이라는 체전의 구호에 쉽게 지워지지 않을 먹칠을 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부산=연합뉴스) 체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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