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어린이집 집단 파업 … 직장맘, 아이 어디 맡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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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수원에 사는 직장맘 A씨는 주말 내내 남편과 세 살배기 아들의 어린이집 문제로 마음을 졸였다.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이 27일부터 휴원한다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주변에 아이를 맡길 친인척도 없어 고민 끝에 A씨는 휴가를 내기로 했다. 그는 “맞벌이 부부 애들을 볼모로 잡고 어린이집들이 이래도 되는 거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전국어린이집총연합회 민간분과위원회(위원장 박천영) 소속 민간 어린이집들이 27일부터 사상 초유의 ‘파업’에 돌입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민간 어린이집은 모두 1만5000여 개다. 이 중 대전·광주·충남·충북·전북 지역 어린이집은 불참키로 했으며, 자체적으로 개원키로 한 곳을 제외하면 8000여 곳이 문을 닫을 것으로 예상된다.

 집단 휴원에 동참하는 민간 어린이집들은 다음 달 3일까지 휴원할 예정이다. 이 기간 동안 완전파업은 아니어서 29일 하루만 문을 닫고 나머지 기간에는 소수의 당직 교사가 아이들을 받는다. 등하원 차량을 운행하지 않아 불편이 예상된다. 이들은 ▶보육교사 처우 개선 ▶보육료 지원금 인상 ▶수익자 부담인 특별활동비 징수·사용 규제 완화를 요구한다.

 이들의 주장대로 현재 만 5세 정부 보육료 지원금(월 20만원)이 해당 연령 보육에 필요한 표준비용(28만4900원)보다 적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복지부 이재용 보육정책과장은 “2016년까지 단계적으로 보육료를 30만원까지 인상하겠다고 지난달 발표했다”고 반박한다.

 특별활동비는 어린이집들이 별도 교육목적으로 학부모에게서 따로 걷는 돈이다. 서울은 구별 상한액이 8만~23만원 정도 된다. 하지만 수십만원씩 더 받거나 사용처가 투명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그래서 정부는 올해부터 음악·미술·체육 등 프로그램별로 돈을 걷고, 제대로 사용했는지를 학부모에게 알리도록 했다. 어린이집들은 이런 간섭이 싫다는 것이다. 경기도 부천시 민간 어린이집 김애정 원장은 “어린이집마다 추구하는 목표가 다른데, 시간별로 보육과정을 정부가 정해주는 건 맞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의 집단행동을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박숙자 한국보육진흥원장은 “국민 세금으로 무상보육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표준보육 과정을 따르고, 투명성을 높이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다른 보육 전문가는 “정치권의 무상보육 확대 분위기에 편승해 어린이집들이 이익을 챙기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윤현덕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장은 “무상보육이 확대되는 마당에 이런 파업이 국민 눈에 곱게 안 보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27일 민간 어린이집 분과위원회 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강경파가 선거를 유리한 국면으로 이끌려고 지나치게 집단행동을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체 어린이집(3만9824곳) 중 민간 어린이집은 37.7%다.

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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